공매도 세력, 작년 3000억 달러 이익 올렸지만
올해는 810억 달러 평가손실
미 경제 ‘연착륙’·연준 긴축속도 조절 기대감 영향
작년 고금리 기조에 부진했던 기술주 강세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셀3000지수에서 시가총액 10억 달러(약 1조2300억 원) 이상 기업 중 가장 공매도 포지션이 몰린 50개 종목을 추종하는 ‘골드만삭스 모스트쇼티드롤링지수(Most Shorted Rolling Index)’가 올 들어 지금까지 15%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6% 오른 뉴욕증시 벤치마크 S&P500지수를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 즉 공매도 세력이 몰린 종목 주가가 더 큰 폭으로 올랐다는 이야기다.
공매도 투자를 추적·조사하는 금융정보 분석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지난해 글로벌 증시 급락에 3000억 달러(약 368조 8500억 원)가량의 이익을 거두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지난해 손실을 일부 만회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한 달 만에 역전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대표적인 종목이 테슬라다. 지난해 60% 넘게 떨어지며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테슬라는 이달 44% 상승하며 지난해 하락 폭의 상당 부분을 만회했다.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글로벌도 올해 들어서 73% 뛰었다.
S3파트너스는 “공매도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26일까지 매도 포지션 베팅으로 810억 달러가량의 평가손실을 입었다”면서 “막대한 손실을 본 공매도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도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증시 랠리 배경에는 경제 ‘연착륙’ 기대감이 꼽힌다. 최근 발표된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연율 2.9%를 기록해, WSJ 집계 전문가 예상치 2.8%를 웃돌았다. 이에 장기적인 경기 불황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투자자들이 줄어들었다. 탄탄한 고용시장과 함께 ‘제로 코로나’를 벗어던진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기대도 이러한 낙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러한 관측은 그간 고금리 기조와 함께 공매도 세력에 짓눌렸던 기술주들의 랠리로 이어졌다.
연준 기준금리 수준을 전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1월 31일~2월 1일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 폭을 12월의 0.5%포인트(p)에서 0.25%p로 줄일 가능성을 99.9%로 보고 있다. 연준은 올해 금리 인하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12월까지 최소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82%로 보고 있다.
최근 상승세에도 여전히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기술주들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곧 기술주에 매도 포지션을 구축한 공매도 투자자들에게는 악재다. 시장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최근 랠리에도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지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22배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21년 2월(37배)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웰스인핸스먼트그룹의 니콜 웹 수석 부사장은 “지난해 거대 기술기업들이 얼마나 많이 두들겨 맞았는지를 감안하면 현재 밸류에이션의 상대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하면 특히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어 기술주가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