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터 나경원? 위험한 '독배' 될 수도

입력 2023-01-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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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 당시까지 대통령실과 각 세운 나경원
가까이하기엔 부담스러운 존재...‘비윤’ 이미지 옮겨붙을 우려
역대 단일화나 연대 효과 선거마다 상이하게 나타나
나경원 15% 표심 향배도 오리무중

(조현호 기자 hyunho@)

김기현·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나 전 의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나 전 의원이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캐스팅보터’로 부상한 양상이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위험한 독배(毒杯)가 될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불출마 당시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심정”을 말하며 대통령실과 끝까지 각을 세웠던 모습 때문이다.

◇가까이하기엔 부담스러운 존재 나경원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가짜 엄마는 ‘윤핵관’이고 윤 대통령은 어리석은 군주, 어리석은 솔로몬이라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어리석은 군주로서, 가짜 엄마에게 ‘아이는 당신 거다’라고 이렇게 판정했다는 얘기 아닌가. 윤핵관에게 놀아나는 아주 어리석은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나. 윤 대통령이 불출마는 다행으로 생각했을지 몰라도 굉장히 불쾌했겠더라”고 했다.

이 여파로 정치권에서는 김·안 두 후보가 나 전 의원의 손을 잡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의 손을 섣불리 잡았다가는 나 전 의원이 그동안 받아왔던 피해자 이미지를 인정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나 전 의원과 손을 잡으면 대통령실에서 좋아하겠나”라고 말했다. ‘비윤’ 이미지가 옮겨붙을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오히려 친윤계 김 의원 측은 자신만만하다. 김 의원은 30일 CBS 라디오에서 “나 전 의원에게 제가 전화를 걸었는데 안 받긴 했지만 문자는 답장을 보내오기도 했고, 기본적인 신뢰가 바탕이 돼 있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 전 대표가 어떤 후보를 지지한다면 당연히 저를, 김기현을 지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 친윤계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서 나경원 전 의원이 손을 내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과 ‘비윤’을 넘나드는 안 의원 측은 지켜보는 모양새다. 안 의원은 28일 “어제(27일) 위로의 문자 메시지를 드렸다”며 “조금 시간을 달라는 답을 받았다.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한번 연락드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15% 나경원 지지율’ 연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야권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게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5% 안팎의 지지를 받던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이 흘러가는 방향의 향배도 ‘오리무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후보 간 연대나 단일화 효과는 선거 때마다 각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는 단일화 성공으로 역전승을 이뤘지만, 2012년 문재인·안철수는 대승적 단일화에도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패배했다.

최근에 있었던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판세는 예상과 달랐다. 중앙일보와 한국정당학회가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시행한 패널조사 결과, 당시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37.7%는 윤석열 후보를 찍었지만, 38.3%는 이재명 후보에 투표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번 전당대회도 마찬가지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연대의 역풍이냐, 효과냐’를 두고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유권자들은 내가 지지하던 후보가 누군가를 지지한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는다. 때로는 차악을 선택할 때도 있고,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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