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담합’ 의혹을 받는 강원도와 KH그룹이 입찰 수 개월 전부터 수차례 만남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와 배상윤 KH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2021년 상반기 공개 경쟁 입찰이 진행되기 전 서너 차례 미팅을 가진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신준호 부장검사)는 최 전 지사와 배 회장을 비롯해 양측 주요 관계자들이 입찰 전 최소 서너 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공개입찰을 앞두고 양측의 만남이 담합 의혹이 짙다고 보고 내용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월 26일 KH그룹 소유인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얏트 호텔에서, 4월 14일에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A 식당에서도 미팅을 가졌다. 5차 공개경쟁 입찰이 있었던 6월 이전 총 서너 차례의 미팅을 이어온 것이다.
사건 관계자들은 입찰 전부터 양측이 만나온 점은 인정하지만 이 자리에서 담합을 위한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며 ‘사전 담합’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강원도와 KH그룹의 핵심 관계자들은 경쟁 입찰 직전인 4월 30일에도 또다시 만남을 가졌는데 이는 강원도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당시 ‘실무진 없이 1대 1로 만나자’는 강원도 측의 요청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 KH그룹 측에 입찰 참여를 간곡히 부탁했다고 한다.
최 전 지사는 입찰 결과 발표 이전에 KH그룹 측과 만났다는 의혹을 부인해 왔다. 그는 4일 입장문을 내고 “배 회장을 만난 것은 낙찰 직전이 아니라 낙찰 직후였다”며 “감사를 표하기 위해 KH를 방문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전 지사에 따르면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개찰은 2021년 6월 21일 오전 11시이며, 최 전 지사는 당일 저녁 6시에 KH를 방문했다.
그러나 검찰이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강원도 측과 KH그룹 측은 개찰이 있었던 21일 오전 11시 이전부터 식사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27일 KH그룹 재무부사장이자 연예기획사 대표인 김모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김 씨를 상대로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 과정의 담합 의혹이나 무자본 인수합병 의혹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강원도와 강원도시개발공사는 재정난을 겪던 알펜시아 리조트에 대해 네 차례의 공개입찰과 두 차례의 수의계약을 진행했으나 계속 유찰됐다. 결국 2021년 6월 공개입찰을 진행했는데 여기에 평창리츠와 KH강원개발이 참여, 최종적으로 KH강원개발이 인수자로 선정돼 알펜시아 리조트를 7115억 원에 매각했다.
평창리츠는 입찰 마감 하루 전 사명을 KH리츠에서 평창리츠로 바꾼 곳이며 KH의 계열사로 알려졌다. 검찰은 KH그룹이 단독 입찰로 유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을 방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