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방송법 위반으로 6개월 동안 오전 2시~8시 방송 중단
아침을 깨우는 홈쇼핑 업계의 풍경이 달라질 전망이다. 앞으로 6개월 동안 롯데홈쇼핑의 새벽 방송이 중단되면서 ‘블랙아웃’을 바라보는 홈쇼핑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이날부터 6개월 동안 오전 2시부터 8시까지 하루 여섯 시간 동안 방송을 일체 중단한다. 롯데홈쇼핑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상대로 낸 업무정지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지난해 11월 30일 대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의 원심을 확정해서다. 또한 대법원은 12월 1일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방송법을 위반한 임직원과 법인에 대한 유죄도 확정했다.
따라서 해당 시간대에 롯데홈쇼핑은 판매 방송 대신 사진 등 배경화면과 함께 정지 처분 관련 안내 자막을 송출한다. 정부 처분으로 홈쇼핑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일반적으로 오전, 오후 8~10시는 황금시간대로 불린다. 아침 방송을 주로 시청하는 주부, 고연령층을 타깃으로 고마진 상품을 배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본격 아침 장사를 하기 직전인 새벽 6~8시 시간대를 유효한 워밍업으로 삼는 이유다. 롯데홈쇼핑은 홈쇼핑 재방송 클립이 방영되는 오전 2~6시 이후 본격 생방송을 할 수 있는 핵심 시간대에 방송 송출을 못 하게 돼 영업중단에 따른 매출 타격이 1211억 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요 플레이어의 ‘블랙아웃’으로 아침 방송판도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나뉜다. 당장 급격한 변화는 없더라도 장기화할 시 소비자 신뢰는 물론 롯데홈쇼핑과 거래를 해왔던 협력사들이 이탈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롯데홈쇼핑은 50, 60세대를 타깃으로 오전 6~8시 시간대에 주로 건강기능식품 등을 배치해왔다. 건강기능식품은 일반식품 대비 영업이익이 좋은 고마진 상품으로 꼽힌다.
이미 CJ온스타일은 해당 시간대에 들어갈 상품군에 변화를 준 상황이다. CJ온스타일은 2월 한 달 오전 6시에서 7시 30분대에 국민 건강증진 프로모션 일환으로 ‘건강 모닝콜’을 병행하며 건강기능식품을 집중 배치한다. 패션을 주무기로 삼아 브랜드 이미지의 ‘회춘’에 힘써왔던 CJ온스타일로서는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50, 60세대는 물론 다이어트족 등 고객층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급격한 변화가 없을지라도 방송정지 6개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롯데홈쇼핑과 거래를 맺었던 협력사들이 이탈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홈쇼핑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방송중단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롯데홈쇼핑뿐만 아니라 티커머스 등 방송사업자 경쟁이 치열하고, GS샵과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 등 각사별 주력으로 내세우는 마케팅 포인트가 달라 타사 거래처를 가져와도 매출이 올라간다는 보장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홈쇼핑과 GS샵의 경우 롯데홈쇼핑 방송중단이 시작된 이날 전후 편성표에는 보험, 이미용 상품으로 구성돼 큰 변화가 아직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롯데홈쇼핑은 실적 방어에 힘을 준다. 이날부터 12일까지 매일 오전 8시 패션·뷰티 인기상품을 집중 편성하고,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퍼스트 쇼핑타임’ 특집 행사로 시청자 이탈 방지에 나선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전용 상담센터를 개설해 협력사 피해 최소화도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