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이 낳는 사회, 제대로 일궈 나가자

입력 2023-0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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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부모급여 도입, 청년 도약계좌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2023년 핵심 사회정책 추진계획’을 제시했다. 부모급여 사업에만 올해 1조6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기존 영아수당의 작년 예산보다 약 1조2000억 원 늘어났다. 내년에는 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 방향은 올바로 잡았다. 실제 인구학적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대통령 직속으로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킨 2004년 당시 1.16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명까지 떨어졌다. 본지와 여성금융인 네트워크가 공동 개최한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당시 IMF 총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우리 사회상을 두고 “집단자살”이라고 경고한 게 2017년의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바뀐 것은 그 후로도 거의 없다. 거꾸로 달린 셈이다.

어제 제시된 방향에는 국가 곳간을 더 축내더라도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청년 희망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담겨 있다. 대견한 일이다. 그러나 2004년 위원회 출범 이후 사실상 허송세월만 거듭한 근 20년의 세월을 되돌아보면 또 헛구호만 외치는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없을 수 없다. 그간 저출산·고령화에 투입된 천문학적 예산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 정부는 근 20년의 시행착오를 곱씹고 유럽 등의 사례도 참고하면서 획기적인 개선책을 밀도 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국민이 박수를 보낼 수 있다.

인구 문제에 대응하려면 범정부 차원의 기구 정비가 시급하다는 점 또한 명심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투 트랙 구조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와 기재부 인구위기대응 TF(범부처 참여)가 이원적으로 움직인다. 저고위가 컨트롤타워를, 기재부 인구 TF가 실무 기능을 맡은 모양새이지만 정작 중요한 역할 분담과 조정이 잘 이뤄지는지는 여러모로 의문이다. 대한민국이 미래가 있는 국가로 자리 잡으려면 인구 문제를 허술히 다뤄서는 안 되고, 전담 기구 정비 또한 등한시할 계제가 아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는 이미 한물간 옛 유행어다. 내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외모, 건강을 포기한다는 9포 세대라는 말까지 횡행하는 판국이다. 참담하고 염려스럽다. 정부가 먼저 크게 각성해야 저출산·고령화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다. ‘아이 낳는 사회’도 가시화한다. 정부가 이번 방향 설정을 계기로 시민사회와 함께 돌파구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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