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만 해도 올해 부동산 시장이 이처럼 미분양과 하락세에 신음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1년 사이에 왜 이렇게 됐을까?
수십, 수백 가지의 이유가 있겠지만 굳이 꼽아 보자면 금리인상과 거래절벽, 이로 인한 심리적 요인을 들 수 있다. 더 앞으로 가보면 이전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얽히고설킨 대못질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는 이 같은 하락세가 ‘정상화’의 과정이라고 주장하면서 더 하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재단하기 힘든 것이 부동산 시장이고 현대사회의 경제순환이다. 영끌족들이 이자로 고통받는 것이 쌤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빚을 갚지 못하면 금융사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집을 지어 놓고도 팔지 못하는 시행사와 건설사의 어려움 역시 불 보듯 뻔하다. 또 이 사업에 돈을 댄 증권사나 은행권은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연쇄작용은 결국 우리 경제 체질 약화로 이어진다.
다행인 것은 지금이라도 비정상에 가까웠던 부동산 정책들을 하나둘씩 정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규제지역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해제하고 전매 기간도 획기적으로 완화했다. 분양을 받을 경우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고, 12억 원이라는 분양가 보증 기준도 없앴다.
이처럼 파격에 가까운 정책들을 연달아 내놓고 있음에도 거래량은 살아나지 않고 집값 급락세만 서서히 줄어들고 있을 뿐이다. 그만큼 상황이 나쁘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강조하는 것은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다. 보는 시각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전 정부는 정상적인 시장 기능의 상당 부분을 거세했다. 취득세 중과는 그런 규제 중 대표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이전에 주택 취득세는 주택보유수에 상관없이 과표 구간별로 1~3%였다. 하지만 전 정권은 이를 2주택자(비조정대상지역은 3주택자)는 8%, 조정대상지역 3주택자 이상(비조정대상지역은 4주택자 이상)과 법인은 12%로 바꿨다. 서울에서 똑같이 10억 원 주택을 사더라도 무주택자는 3000만 원, 2주택자는 1억2000만 원을 내야 했다는 뜻이다.
다주택자는 집을 사지 말라는 얘기다. 부자인데 뭐가 문제냐고? 대부분의 서민들이 살고 있는 전월세 주택의 90%가량은 이 같은 다주택자들이 공급하고 있다. 막대한 세금이 누구한테 전가될지는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아파트가 밀집한 주거지는 사상 최초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기도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집을 사고팔 때 관할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어릴 때부터 배운 거주 이전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를 눈으로 목격하는 시대였다. 서울 곳곳에는 여전히 그런 구역이 남아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주택자만 돼도 주택담보대출이 안 되게 막아놨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상황과 집값 하락이 겹치자 깡통전세가 속출했고, 피해는 엉뚱한 세입자들이 보고 있다.
주택 시장뿐만 아니다. 건설노조의 생떼에 현장이 번번이 멈추면서도 건설사들은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돈을 뜯길 수밖에 없었다. 자그마치 3년간 40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정상화의 기틀을 닦고 있다.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자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건설사들은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에 원 장관은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속내는 이를 방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건설사들도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놓으란 것’이다. 예전처럼 정부가 무조건 막아주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지금은 전 정부 탓을 할 때도, 현 정부 정책을 칭찬할 단계도 아니다. 혼신의 노력을 다해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전 정부 때 과열된 집값을 서서히 식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집값이 ‘폭등’했던 것이 정상이 아니었던 것처럼 ‘폭락’도 정상이 아니다. 그러려면 아직도 남아 있는 과도한 규제를 과감하게 걷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