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서만 건물 5600채 이상 붕괴
신흥국 주요 ETF 하락
리라 가치 사상 최저치 추락
석유 터미널 가동 중단에 유가도 상승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지진으로 현재까지 4300명 넘는 인원이 사망했다. 튀르키예에서 2921명, 시리아에서 1451명이 각각 숨진 것으로 보고됐다. 튀르키예 구조 당국은 학교와 병원을 포함해 5600채 넘는 건물이 붕괴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전날 새벽 규모 7.8 강진에 이어 최소 100차례 이상의 여진이 발생했다.
일주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939년 3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르진잔 대지진 이후 가장 큰 비극”이라며 “피해 지역의 많은 건물에서 잔해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사상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지진에 튀르키예와 신흥국 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아이셰어즈 MSCI 튀르키예 상장지수펀드(ETF)는 6일 2.4% 급락으로 마감했고 튀르키예 100개 기업을 추종하는 튀르키예 ISE내셔널100지수는 1.4% 하락했다. 신흥국 벤치마크인 아이셰어즈 MSCI EM ETF도 1.47% 내렸다.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크게 내렸다. 리라·달러 환율은 전날 18.85리라까지 치솟아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USGS는 이번 지진에 따른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이 최소 10억 달러(약 1조2564억 원), 최대 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유가도 출렁거렸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 0.98% 상승한 배럴당 74.11달러로 마감했다. 중국 수요 회복 전망과 함께 튀르키예 세이한 석유 터미널이 지진으로 인해 6일부터 사흘간 운영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급 불안이 커진 탓이다. WTI는 지난주만 해도 미국 원유 재고가 크게 늘었다는 소식에 하루에만 3% 넘게 하락했지만, 공급 불안에 상황은 단번에 뒤집혔다.
지중해 연안에 자리 잡은 세이한 터미널은 이라크와 아제르바이잔의 석유를 판매하기 위한 중요 허브로, 터미널을 거쳐 간 석유는 대부분 유럽으로 넘어간다. 지난달 기준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을 공급했다. 터미널 측은 직접적인 손해를 입은 것이 아닌 예방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지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재개 전망은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지진이 앞으로도 여러 차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도 계속 불어날 위험에 처했다. 지진 전문가인 킹압둘라과학기술대의 폴 마틴 지구과학 교수는 “초기 여진 데이터에 따르면 지진의 파열 길이는 300km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로 인해 마을들이 파괴되고 국가 경제가 영향을 받을 것이고 가스와 전기, 수도관 같은 생활 기반 시설이 가동을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지진이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친 만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이라며 피해가 주변국으로까지 번질 위험을 제기했다.
멜버른대의 자누카 아타나야케 지구과학 교수는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더 많은 여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진으로 사망자는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최상의 시나리오는 규모 6 이상의 여진이 없는 것”이라며 “손상된 건물들이 또 다른 여진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