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다니 그룹’ 사태에 아시아 신용시장 ‘불똥’ 튀나

입력 2023-02-0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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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 아다니 사태, 아시아 신용 전반 위험 확산
S&P, 아다니 계열사 2곳 '안정적→부정적' 하향
힌덴버그 리서치, 비리 폭로 보고서·공매도 공격
최근 1주일간 신흥국주식 -1.72%, 아시아주식 -2.18%
강달러 기세도 아시아 신흥시장에 악재로 작용

신년 들어 질주하던 이머징마켓 랠리가 추진력을 잃고 있다. 인도 대기업 아다니 그룹 계열사 주가 폭락에 따라 아시아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되면서다. 아다니 그룹 사태는 인도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 저하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반의 신용 위험 확대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일 아다니 그룹의 계열사 중 ‘항만’과 ‘전기’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 역시 즉각적인 신용등급 변동은 없지만, 최근 주가 하락에 따른 그룹 자금조달 능력이 훼손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아다니 회장이 1988년 창립한 아다니 그룹(Adani Group)은 에너지, 부동산, 농업 등을 중심으로 성장한 인도의 초대형 기업 집단이다. 아다니 그룹이 운영하는 공항의 이용객 수는 인도 전체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아다니 그룹이 정계 유착설, 주가 조작 등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미국의 행동주의 사모펀드 ‘힌덴버그 리서치’가 아다니 그룹의 비리를 폭로하는 부정적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아다니 그룹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힌덴버그는 아다니 그룹이 회계부정 등 부정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주요 계열사 주식을 공매도하기 시작했고, 인도 증시에서 아다니 그룹의 7개 상장 계열사 주가는 6거래일간 급락했다. 아다니 그룹 회장의 개인 자산도 이 기간 520억 달러(한화 약 62조 4000억 원)가 감소했다.

▲가우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이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이파(이스라엘)/로이터연합뉴스

이러한 파문은 인도 경제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 신용 시장으로 번지며 파문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신흥국 시장은 상대적 저평가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리오프닝 기대감, 달러화 약세 등에 힘입어 올해 강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인도 최대 기업이 휘청이기 시작하면서 아시아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해외주식형 펀드 가운데 신흥국주식 펀드의 최근 1주일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1.72%를 기록했다. 3개월 수익률은 14.40%, 연초 이후 5.28% 수익률을 거둔 것과 대조되는 흐름이다.

신흥 아시아주식 펀드 수익률은 더 낮았다. 이 펀드의 최근 1주일 수익률은 마이너스(-) 2.18%로 권역별 전체(11개) 펀드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시 떠오르는 강달러 기세도 아시아 신흥시장에 악재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미국 비농업 고용지수가 컨센서스(전망치)를 웃도는 호조를 나타내면서 하루 만에 23.40원 오른 1252.80원에 마감했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투자자들로서는 신흥 시장에 투자해도 차익을 보기 어렵다.

글로벌 IB(투자은행) 들도 신흥국 투자에 신중론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앵거스 벨 골드만삭스 자산경영 MD는 “(신흥시장은) 아직 무차별하게 매수할 여건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심각한 우기에 처했던 국가들의 거시경제 환경은 인상적인 수준으로 바뀌지 않았으며, 이들이 마주한 문제 또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아다니 그룹의 현금흐름과 관련한 유동성 위험은 다소 제한적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시장 신뢰 저하에 따른 재정적 곤란이 확대될 수 있다”며 “글로벌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미국의 중국 정찰 풍선 격추에 따른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는 등 아다니 그룹 사태는 아시아 신용시장의 신용 하방 위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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