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는 부채한도 상향 등 협치 주문
우크라이나에 지원 이어갈 것 공언
북핵 위협 고조되지만 언급 전혀 없어
역대 두 번째로 긴 국정연설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연두교서(국정연설)에서 “오늘 우리는 수십 년 내에 중국 혹은 세계 다른 누구와 경쟁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면서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고 세계를 이롭게 할 수 있는 지점에서 중국과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실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지난주 분명히 했듯 중국이 우리 주권을 위협하면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정찰풍선’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에 나서는 등 일련의 대중 견제 조치와 관련해서 “우리 동맹에 투자하고 미국에 첨단기술을 우리 상대로 역이용하지 못하게 보호하는 것, 안정을 지키고 공격을 억제하고자 우리 군을 현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자신을 ‘자유의 수호자’로 묘사하며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취임하기 전엔 중화인민공화국(PRC)은 계속해서 세력을 키우고, 미국이 어떻게 몰락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면서 “더는 아니다. 지난 1년간 민주주의는 약해진 게 아니라 강해졌고, 독재 정부는 강해진 게 아니라 약해졌다. 미국은 세계를 재결집시키고 있다”고 자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을 향해서도 협치를 당부했다. 그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우리 모두가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들은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지난 의회에서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었다면 새 의회에서도 함께 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에 조건 없이 부채한도를 상향하자고 주문했다.
한편 그는 이날 이달로 1년째가 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억만장자세 계획을 되살리자고 역설하고 자사주 매입에 대한 1% 특별소비세를 4%로 4배 높이는 방안도 제안하며 ‘부자증세’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적자를 2조 달러(약 2520조 원) 줄이겠다고 언급해 내달 발표될 예산안 규모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그의 긴 연설에 북한 언급은 없었다. 북한은 작년에 8차례에 걸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는 등 모두 41차례에 걸쳐 70여발의 탄도 및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7차 핵실험 준비까지 마치며 도발 수위를 높였지만, 북한 이슈를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의 국정연설은 2024년 재선 출마 선언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 초입부터 자신의 경제 정책 성과를 나열했다. 그는 “2년 전 우리 경제는 비틀거렸으나 우리는 기록적인 1200만 개의 일자리를 그동안 창출했다”며 “지난 2년간 역대 대통령의 4년간보다 더 많은 성과를 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기업들과 학교를 폐쇄하고, 많은 것을 빼앗았다”면서 “그러나 오늘날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더는 통제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 극복도 치적으로 꼽았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저녁 9시 8분께 시작해 1시간 12분 넘게 진행됐다. 이는 지난해 그의 첫 국정 연설(약 62분)보다 긴 것으로 빌 클린턴의 2000년 국정 연설(약 89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긴 국정 연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