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도 ‘짜고 치는 고스톱’…전세보증사고 20%는 감정평가서 이용

입력 2023-02-1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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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가담 의혹으로 3곳 배제

▲서울 내 빌라 전경 (사진=연합뉴스)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세입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대신 갚아달라고 요청한 주택 5가구 중 1가구는 감정평가서를 이용해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축 빌라는 시세를 알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전세사기범들은 감정평가사들과 짜고 평가액을 부풀리는 ‘업(up) 감정’ 수법으로 전세금을 올려받고 보증보험에 가입해왔다. 감정평가서를 활용한 전세보증사고액은 1년 새 3.6배 급증해 2000억 원을 넘어섰다.

12일 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감정평가서를 이용한 전세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지난해 2234억 원(960건)으로 집계됐다. 사고 금액은 △2018년 8억 원 △2019년 22억 원 △2020년 52억 원 △2021년 662억 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감정평가서를 이용한 보증사고는 대부분 연립·다세대주택, 즉 빌라에서 일어난다. 작년엔 빌라 사고액이 1678억 원으로 75.1%를 차지했다. 오피스텔 342억 원(15.3%), 아파트 145억 원(6.5%)이 뒤를 이었다.

HUG는 그간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심사를 할 때 감정평가 가격을 최우선으로 인정하고, 이후 공시가격의 140%와 실거래가를 차례로 적용해왔다. 공시가와 실거래가가 없는 신축 빌라의 경우 감정평가 가격을 그대로 인정해줬다. 감정평가법인은 집주인이 자체적으로 지정할 수 있었다.

그러자 제도의 허점을 노린 전세사기범들이 감정평가사에게 웃돈을 주고 평가액을 부풀려 전세금을 높였다. 전세대출도, 보증보험도 감정평가액을 근거로 나오기 때문에 평가액을 높이면 세입자 대출 한도가 늘어났고 사기범들은 손쉽게 돈을 챙길 수 있었다.

지난해 전체 보증사고 액수 1조1726억 원(5443건) 중 19.6%는 감정평가서를 이용한 사고액이었다.

문제가 감지되자 지난달 말부터 정부는 전세 보증보험 가입 때 감정평가 업무를 HUG에서 지정한 감정평가법인 40곳에서만 진행하도록 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이들 40곳을 추천했다.

또 보증보험 심사 때 주택 가격을 ‘공시가격의 140%→실거래가→감정평가’ 순으로 인정해 감정평가액을 우선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신축 빌라의 경우 평가액의 90%만 인정한다.

그러나 HUG에서 지정한 감정평가법인도 문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국토부가 업감정 의혹 사례 11건을 조사한 결과 HUG 인정 법인 3곳이 부적절한 감정평가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감정평가법인에 포함돼 있었다.

HUG는 제도 변경 일주일여만인 8일 이들 3곳을 인정 기관에서 배제했다.

한편 정부는 시세를 부풀리는 업감정을 차단하기 위해 감정평가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없는 경우에만 적용(2월)하고, 협회에서 추천한 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해 임대인과 감정평가사의 사전 모의를 막을 방침이다.

전세가율 조정과 감정평가사의 시세 부풀리기 방지(감정평가 제한적 활용 등) 등 과제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SGI서울보증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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