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부침을 겪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최근 이곳을 재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이명박·문재인 등 역대 대통령들과 인연이 깊다. 2008년 5월 7일 기공식을 연 군산조선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조선 경기 악화에 따른 수주 절벽으로 2017년 중단 가동이라는 벼랑 끝 위기에 봉착했지만 세 대통령의 약속과 이행 노력 덕분에 5년 만에 재가동의 꿈을 이뤘다. 군산경제의 24%를 담당했던 군산조선소의 가동 중단으로 일자리 잃은 5000여명의 직원, 문 닫은 협력업체 90% 등 5년 간의 악몽은 잠시 뒤로한 채 '생기 도는 군산'을 꿈꾸게 된 것이다.
27년간 현대건설 등 현대그룹 10개사 대표이사를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 어떤 대통령보다 현대중공업와의 관계가 남다르다. 이 전 대통령은 제17대 대통령 선거 직전인 2007년 12월 17일 군산에 들러 조선소가 이곳에 투자를 확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공식이 있으면 내가 다시 오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대통령 신분으로 2008년 05월 07일 군산조선소 기공식에 참여해 "무엇보다도 전북에 일자리가 많이 필요한데, 앞으로 조선소가 성공적으로 되면 1만여명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한다. 정부는 앞으로도 국내외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많은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게 하겠다"며 조선업에 힘을 실어줬다.
군산조선소는 2010년 3월 준공된 이래 연평균 1조 원 규모, 연 최대 16척의 선박을 건조했다. 하지만 201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주 절벽’으로 군산조선소는 2016년 대규모 적자를 냈고, 2017년엔 결국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며 가동까지 멈췄다.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협력업체까지 더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조선과해운을 연계한 상생 전략을 펼치며 대한민국의 조선업과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전라북도, 현대중공업, 국회는 재가동을 위해 협의하고 또 협의했다. 결국 군산시는 지난해 2월 24일 군산조선소에서 문 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군산조선소 재가동 관련 상호 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23년 1월 재가동'을 약속하며 "전북지역과 군산 경제가 살아날 것이다. 일자리가 회복되고 최대 2조 원 이상의 생산유발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군산조선소 정상화를 위해서도 최대한 지원할 것이다. 생산·기술 인력 양성 확대 등을 통해 가장 시급한 과제인 전문·기능 인력을 확보하고 원활한 물류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문 전 대통령이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하기 이틀 전인 지난해 2월 22일 윤석열 대통령도 당시 대선 후보 자격으로 전북 유세차 군산을 방문해 군산조선소를 찾았다. 당시 윤 후보는 재가동을 재확인했으며 2020년 하반기부터 조선 시황이 회복됨에 따라 지난해 10월 재가동에 성공했다. 애초 예정된 2023년 1월보다 조기 가동된 셈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10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선박 블록 첫 출항식’에 참석해 "우리 조선산업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2023년 1400억 원 규모의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 지원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후보시절 한 약속의 결실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군산조선소는 폐업 5년3개월 만에 재가동을 시작한 이후 2월 들어 첫 제품을 출하하며 다시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올해 군산조선소의 예상 매출은 1800억 원으로 연간 10만t의 블록을 생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