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개입 과해" 비판 확산
'회장 인선'부터 '금리 조정'까지
시장경제 무시한 역할 강요 안돼
"국민고통 감안 개입해야" 의견도
금융당국 강압보다 상생 찾아야
최근 “은행은 공공재”라고 발언한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금융사의 공적인 성격을 재차 강조하며 금융당국에 은행의 성과급 잔치에 대한 후속 조치를 지시한 것에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 인선부터 금리 조정까지 민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문제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일정 부분 공공성은 인정하지만,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흔드는 경영 간섭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무리한 강압은 시장 왜곡을 야기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고금리로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일제히 거액의 배당과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부정적 여론이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공적인 성격이 강한 것은 맞지만, 엄연히 민간기업으로 배당정책이나 지배구조, 경영방식 등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이 공공성을 갖고 있지만, 은행의 수익을 합당한 사유 없이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은행이 공공재니깐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위해 돈을 내놔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이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공공재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가산금리를 통해 돈을 많이 받아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최근 윤 대통령이 금융회사를 공공재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 금융사는 공공성이 있지만,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공공재는 아니다”라면서 “언론에서도 비슷한 용례로 공공재로 사용하고 있는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금리를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공시토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예대금리차를 연 2회 이상 공시하도록 하고, 예대금리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분기별로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기준금리가 지속해서 오르면서 가계 부담이 상당하다”면서 “자율시장경제 측면에서 보면 관치로 보여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지만, 국민 고통이 심각한 만큼 이 부분(금융당국의 개입)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회사가 단기 실적을 추구하면 금융당국이 ‘도덕적 설득’이라는 수단을 쓸 수는 있지만, 정부 개입이 강압적이지는 않아야 한다”면서 “강압을 지속해서 하다 보면 왜곡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일방적으로 대출금리 그 자체를 무조건 내리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과다한 예대마진이 있을 수 있으나 담합이나 불공정 거래에 기인한 것이라면 공정위원회가 개입해야 할 문제로 금융위원회가 나서서 조절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의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지배구조 개입에 대해서도 시각이 엇갈렸다. 전 교수는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위한 명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이거야말로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양 교수는 “국내 은행업은 규제의 틀 속에서 시장 지배력과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건전하게 은행업을 하려는 사람이 은행을 할 수 있도록 규제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면서 주주의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면서 공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관치 금융으로 가는 위험성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 개입과 자율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