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공적기능 강조 "적극 감독"
尹 대손충당금 언급 의식한 듯
이익 늘면 손실흡수력 확충해야
금융위도 "금융사 내부통제 TF"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역대급 실적에 따른 ‘돈 잔치’에 대해 경고한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이 은행 성과급 보수 체계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당국에 은행 성과급 체계 개선을 주문한 바로 다음 날 발 빠르게 후속 착수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임금 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고금리에 이자도 내기 어려운 서민 경제를 감안할 때 은행의 공익성 및 사회적 책임 압박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4일 내부 임원 회의에서 “고금리와 경기둔화 등으로 국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자 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 등을 지급하면서도 국민과 함께 상생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의 (공익적 금융) 지원 내역을 면밀히 파악해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는지 점검해 적극적으로 감독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성과보수 체계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취지와 원칙에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예대금리차에 대한 은행들의 노력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은행의 금리산정 운영이 더욱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대손충당금 확보를 언급한 것을 의식하듯 이 원장은 손실흡수 능력 확충도 요구했다. 그는 “최근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향후 부실 가능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은행은 증가한 이익을 바탕으로 손실흡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금융위원회 ‘2023년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도 올해 금융위 정책방향 외에 윤 대통령의 주문에 따른 은행의 ‘상생금융’과 관련해 향후 어떤 정책을 만들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조속히 세부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3월 초 기업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운영하고 해외사례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통해 시장참여자의 과도한 부담을 방지하면서도 실효성 있고 국제정합성을 확보할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은행권이 개별은행의 수익 일정 부분을 재원으로 향후 3년간 총 5000억 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이 재원이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감독당국이 나서 점검하고 파악하면 은행에서도 실질적으로 어려워하는 취약계층을 위해 제대로 재원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은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의 연봉이나 상여금 등이 기본적으로 높은 것 자체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건드리면 지금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내부통제 강화부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