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기술로 포드가 생산하는 구조
중국산 배터리·광물 배제하는 IRA 허점 파고들어
폭스바겐도 최대주주로 있는 중국 기업과 공장 신설
“파트너와 합작투자, 기술계약 등으로 우회 모색”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는 미시간에 배터리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투자액은 35억 달러(약 4조4359억 원)로, 2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포드가 배터리공장을 미국에 세운 건 IRA의 영향이 크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자국 제조업을 부활시키려는 목적에서 IRA를 발효했다.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따돌리려는 의도도 컸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중국산 배터리, 광물 소재와 거리를 두게끔 유도했고 대신 배터리와 전기차 모두 미국에서 제조하도록 강요했다.
포드는 IRA에 따라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면서도 중국 CATL을 파트너로 내세웠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업의 요점은 전기차 비용을 낮추는 것”이라며 “CATL은 우리가 배터리를 직접 만드는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포드가 자신 있게 중국 기업을 데리고 온 데는 IRA에 허점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IRA에 따르면 전기차 기업은 올해까지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 부품의 50%가 북미에서 제조된 것이어야 자동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은 해마다 늘려 2029년까지 100%를 달성해야 한다.
또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40%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돼야 하고 이 비중 역시 2027년까지 80%로 올려야 한다. 게다가 이런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중국 기업은 보조금 대상에서 배제된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 기업이 중국 기업과 함께 미국에서 생산거점을 만들고 운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장 포드는 CATL과 공장을 함께 짓되, 소유권은 온전히 자신들에게 있으며 CATL 기술만 활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사 드레이크 포드 전기차산업화 부사장은 “CATL로부터 기술 라이선스를 받게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더 잘 제어할 것”이라며 “7500달러의 보조금은 광물 원산지의 영향을 받을 순 있지만, 우리 공장은 여전히 생산 자격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도 미·중 갈등 속에 미국 공장을 갖지 못했던 CATL은 결국 미국 진출 길을 텄다. 바이든 정부의 중국 견제가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로 이어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중국 기업들도 미국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배터리 제조업체로 시작해 전기차 기업으로 성장한 BYD는 지난해부터 미국 시장을 탐색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BYD는 지난해 미국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시간 대부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보고서에서 “중국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들은 IRA의 불확실성에도 해외 확장을 강화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여전히 파트너와의 합작 투자나 기술 계약 등 제재를 우회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