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진 물가 둔화 속도에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 유지 높아져
미국의 금리인상 장기화 전망에 외국인이 ‘바이 코리아’에서 ‘셀 코리아’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의 주요 수급 주체로 떠오른 외국인의 움직임에 따라 증시 지수도 동반 등하락을 오갈 것으로 보인다.
15일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3200억 원 이상 순매도하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5번이다. 이달에만 3차례 ‘팔자’에 나섰다. 외국인은 2월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1조6000억 원가량 순매수했다. 전월 같은 기간 2조9203억 원 순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순매수 기조가 둔화한 모습이다.
외국인의 순매수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 장기화 우려다. 이달 초 미국은 견고한 1월 고용지표를 발표했고, 고용 발표 이후 다수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매파적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됐다. 1월 CPI는 전년 동월보다 6.4% 오르며 전월(6.5%)에 이어 둔화했지만, 시장 예상치(6.2%)를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5% 올라 12월(0.1%)보다 상승폭을 크게 확대했다.
향후 물가 안정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특히, 연준의 물가 목표인 2%에 도달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디스인플레이션의 경로는 여전히 명확하지만, 물가 하락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주기적으로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정부 보험료 인하 효과, 시차를 두고 반영될 자동차 가격 반등 등 물가 불안 요인이 상존한다”며 “2월 들어서도 중국 리오프닝 기대에 따른 원자재 가격 반등세 지속 등도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초 이후 서비스 수요 둔화 확인이 나타나기 전까지 미국의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1월 소비자물가 결과 발표 이후 시카고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25bp(bp=0.01%) 금리 인상을 단행할 확률을 49.3%까지 올랐다. 최종금리 수준은 5.50%까지 오른 뒤 연말 25bp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의 둔화세는 지속되지만 상방 요인이 수시로 부각되며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부담을 높일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선물시장에서는 오는 9월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6%까지 올라갈 것에 베팅하는 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현재 180만 달러가량의 미결제약정이 쌓여있는 가운데, 기준금리가 5.6%가 되면 손익 분기점을 넘으며 5.8%가 되면 총 600만 달러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원·달러 환율도 상승하며, 외국인 자금이 경색될 가능성도 커졌다. 123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2월 들어 꾸준히 상승하며 1270원을 돌파, 1280원을 위협하고 있다. NH선물은 “원화 등 위험선호 통화는 긴축 우려 장기화 속 매도 우위를 보일 가능성 농후하며, 인플레 급락에 베팅한 포지션의 숏커버 또한 상승세에 일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