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가스공사, 적자 늪 나오기 어려워져
인상 요인 많지만…산업부 "분산해서 인상"
에너지 효율 강화하고 절약 홍보 늘리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민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산업부통상자원부가 요금 인상 폭과 시기를 조정하기로 했다. 기존에 발표했던 취약계층 에너지 비용 지원도 예정대로 이뤄진다. 다만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전기, 가스요금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장기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엔 변함이 없다며 상황에 따라 인상 폭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기와 가스요금의 인상 폭을 줄이게 되면 한전과 가스공사가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기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한전은 지난해 적자만 3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가스공사는 받지 못한 가스요금이 9조 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두 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설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전기요금은 지난해에만 세 차례 올렸고, 4인 가구 기준 만 원에 가까운 부담이 생겼다. 가스요금도 1년 사이 38.5%나 올랐다.
이에 더해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정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선 올해에만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37원, 가스요금은 1MJ(메가줄)당 10.4원을 올려야 한다. 특히 가스공사는 난방비 폭탄 논란에 따른 정부의 취약계층 지원으로 3000억 원이 넘는 재정 부담을 떠안은 상태다. 1분기에 올리지 못했던 가스요금은 2분기 요금 인상이 확실해 보였지만, 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요금 인상을 꾸준히 하되, 상황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안이 아니더라도 윤석열 정부가 끝나는 2027년 전까지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담을 덜어 다음 정부로 책임을 떠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는 건 지난해 12월 30일 이창양 장관이 (전기요금 인상 발표 때) 밝혔던 말과 비슷한 맥락"이라며 "요금을 분산해서 인상하고 상황에 따라서 결정한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겠다. (가스공사의) 미수금도 회수하고 영업 적자도 해결하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산업부는 구체적인 에너지 요금 지원 방안으로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계층에 대해 한시적으로 요금 분할 납부 대상을 확대를 언급했다. 또 등유와 LPG를 이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대해서도 가스요금 할인 수준인 59만2000원까지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이외에도 에너지캐쉬백을 통해 절약 문화를 확산하고, 주거 시설의 맞춤형 에너지 효율 지원에 나선다. 에너지 위기와 절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초중고 에너지 다이어트 슬로건 공모전 등 적극적인 홍보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