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우 도매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우 소비 활성화에 나서자 유통업계도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한우 도매가격은 큰 폭으로 내렸으나 소비자 가격은 소폭 하락에 그쳤다. 이에 따라 시름이 빠진 농가를 위해 한우 소비 끌어 올리기에 정부와 업계가 동시에 시동을 걸었다.
1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한우 수출 물량을 200톤까지 늘리고 한우 농가에는 사료구매자금 지원을 확대한다. 또 농협과 연중 한우 할인 행사도 마련해 소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가격 내림세가 내년까지 이어진다고 예측하며 장기화할 경우 한우 산업 기반이 약화할 것을 우려한다. 실제 한우 도매가격은 1년 전보다 20% 넘게 내렸지만 소비자가격은 상대적으로 소폭 하락에 그치고 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달 11∼20일 서울·경기 지역 82개 매장(40개 대형유통업체·42개 식육판매장)에서 한우 등급·부위별(100g) 가격조사를 한 결과 등심 도매가격은 평균 5447원으로 전년 동기(7129원) 대비 23.6% 하락했다. 안심(-22.0%)과 국거리(-21.8%)도 20% 이상 떨어졌다.
반면 한우 등심 평균 소비자가격은 대형유통업체 1만500원, 식육판매장 9842원으로 각각 16.4%, 8.7% 내리는 데 그쳤다. 안심의 경우 대형유통업체 평균 소비자가격은 1만6735원으로 2.4% 내렸고 식육판매장 평균 소비자가격은 1만6660원으로 오히려 35.6% 올랐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가 한우 소비 촉진을 위해 한인 판매는 물론 관련 신상품 개발에도 나선다. 우선 롯데백화점은 17일 단 하루 전 점포에서 축산 상품군 전 품목을 40% 할인 판매하는 ‘미트 프라이데이’ 행사를 진행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 트렌드 및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 등의 이유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침체한 소비 심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축산 상품군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선보인다”며 “특히 이번 행사는 한우 판매 활성화를 통해 한우 가격 급락으로 힘들어하는 한우 농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표 상품으로는 우대갈비, 티본, 토마호크, 샤또브리앙 등 다양한 스테이크 부위를 엄선한 ‘프리미엄 스테이크’를 비롯해 한우의 가장 높은 등급인 ‘1++(9)’ 등급의 다양한 부위로 구성된 ‘프레스티지 No.9’ 상품도 할인 판매한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깨끗한 축산농장(CLF)’으로 선정된 농가들이 엄격한 기준으로 키운 ‘지정농장한우’를 비롯해 등심, 안심, 채끝, 양지, 사태 등 대표적인 한우 부위들을 전 등급에 걸쳐 할인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이달 2일부터 3월 1일까지 한 달간 1등급 한우 가격을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웹사이트에 고지된 2월 평균 소비자 가격 대비 약 30% 저렴한 가격이다. 소비자 반응도 뜨거워 2~13일 한우 국거리·불고기 매출이 전년 대비 170% 신장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시세에 대응하고 제철 식품을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신선식품 할인 행사는 통상 일주일 단위로 대상 품목과 가격이 변경한다”며 “하지만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덜고, 소비 촉진을 통해 한우 농가의 시세 약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례적인 한 달 동일 가격 행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협약을 맺고 한우 농가를 지원한다. 현대그린푸드는 ESG 가치 실현의 일환으로 한우 정육 매입을 통해 물량 해소에 기여하고, 한우자조금은 수입육을 한우로 대체하기 위한 예산을 일부 지원함으로써 한우 소비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대그린푸드는 단체 급식 사업장에 한우 특식 메뉴를 추가 개발을 비롯해 한우를 활용한 현대그린푸드의 건강식 브랜드 ‘그리팅’의 신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한우 판매 촉진을 위한 프로모션 또한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