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인재보국(人才報國) 경영철학에 따라 지난 1973년 SK 단독후원으로 첫 전파를 탄 ‘장학퀴즈’가 18일 방송 50주년을 맞는다.
1972년 MBC는 장학퀴즈 광고주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당시 최종현 회장은 “청소년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열 사람 중 한 사람만 봐도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당시로는 처음인 기업 단독후원사 자격이었다.
국내 최장수 TV 프로그램…최태원 회장 특집방송 축사
SK그룹은 18일 EBS에서 ‘장학퀴즈 50주년 특집-인재의 비밀’을 방송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방송은 ‘50주년 역사를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콘셉트로 경기 판교의 SK텔레콤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최첨단 확장현실(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을 망라한 3차원 버추얼 영상기술) 기법으로 생생히 구현된 옛날 장학퀴즈 스튜디오에서 과거 출연자와 현재 출연자들이 50년 시공을 뛰어넘어 흥미진진한 퀴즈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과거 18년 동안 진행을 맡았던 차인태 전 아나운서와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등도 출연해 장학퀴즈 추억을 되짚고 시대에 따라 변화한 인재상을 소개한다.
최태원 회장은 특집방송 축사에서 “장학퀴즈는 미래 인재로 성장할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문화코드가 돼왔다”며 “어느 때보다 변화의 파고가 높은 시대를 맞아, 청소년 여러분이 변화를 창조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미래를 앞서가는 주역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장수 TV 프로그램인 장학퀴즈는 숱한 기록을 쏟아냈다. 1973년 2월 MBC가 방송을 시작했고, 1997년 1월부터는 EBS로 옮겨 방송을 이어왔다. 이미 1993년에 국내 최장수 TV프로그램으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한국기록원도 50주년을 맞아 새로 최장수 인증을 보탰다.
지금까지 총 2344회가 방영됐고 출연자는 약 2만5000명, 방송 시간은 2000시간에 달한다. 역대 출연자 중에는 배우 송승환, 가수 김광진·김동률, 국회의원 김두관, 영화감독 이규형, 방송앵커 한수진 등을 포함해 학계와 재계, 법조계, 의료계 등 사회 각 분야 오피니언 리더로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이 다수 포함됐다.
최종현에서 최태원으로…대(代) 이은 SK그룹 인재보국 철학
장학퀴즈 50년 역사의 뒤엔 최 선대회장의 ‘인재보국’ 철학이 있었다. 최 선대회장은 자원·기술이 부족한 한국이 강대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인재를 키우는 것임을 설파해왔다. 이에 SK는 장학퀴즈 후원을 비롯해 서해개발(1972년)·한국고등교육재단(1974년)·최종현학술원(2019년) 설립 등 인재 양성 관련 사업을 펼쳐왔다.
장학퀴즈 500회 특집이 방영될 무렵인 1980년 최 선대회장이 제작진 등과의 식사 자리에서 “그간 장학퀴즈 투자액이 150억~160억 원”이란 임원의 말에 “그럼 우리는 7조 원쯤 벌었다. 기업 홍보 효과가 1조~2조 원쯤, 5조~6조 원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교육시킨 효과”라고 말한 일화가 전해진다.
최 선대회장은 1972년 인재 육성을 위한 조림 사업에 나서면서 서해개발(현 SK임업)를 설립했다. 3000만 평 임야에 수익성 좋은 나무를 심어 30년 후부터 1년에 100만 평씩 벌목해 회사경영과 무관하게 장학기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1974년에는 사비를 털어 민간기업 최초의 장학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지난 50년간 한국인 최초의 하버드대 종신 교수인 박홍근 교수, 하택집 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 천명우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 등 세계 유명 대학의 박사 861명을 배출했고, 장학생 4261명을 지원했다.
최태원 회장도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인재 양성에 적극적이다. 최 선대회장 20주기를 맞아 2019년 최종현학술원을 창립했다. 사재인 SK㈜ 주식 20만 주(당시 520억 원 상당)를 출연했고 스스로 학술원 이사장을 맡았다. 2012년에는 서울 동대문구 카이스트 홍릉 캠퍼스에 ‘사회적기업 MBA’ 과정을 개설해 청년실업이나 양극화 등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