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매출액이 오히려 조작 용이…지원 사각지대 생길 것”
정부가 올해 소상공인 분류 기준을 매출액으로 단일화하는 데 대해 정책지원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기업형 소상공인 육성과 소상공인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선 일부 소상공인들이 정책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9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올해 6월까지 공청회‧간담회를 개최하고 연내 관련 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소상공인 분류 방식을 개선한다. 기존에 매출액과 상시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소상공인 여부를 판단했지만, 이를 매출 기준으로 단일화 한다.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2022년도 소상공인정책심의회'에서 이같은 개편안을 의결한 바 있다.
소상공인기본법에 따르면 소상공인은 소기업 중 규모가 특히 작거나 생업적 업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를 의미한다. 제조업‧건설업‧운수업 등은 상시 근로자 기준으로 10인 미만, 도소매‧서비스업은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을 말한다. 상시 근로자 수가 10명을 넘기면 소상공인 지위를 상실하고, 그에 맞는 정책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지금의 분류 체계가 ‘피터팬 증후군’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피터팬 증후군은 성인이 됐지만 여전히 아이로 남기를 바라는 심리를 말한다. 산업계에선 더 큰 기업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데도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고용을 늘리지 않거나 매출을 쪼개는 방식으로 성장을 회피할 때 이 증후군에 비유한다. 정부는 소상공인들 역시 아르바이트생을 상시근로자에 포함시키지 않거나 감추는 등 근로자 수를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매출은 고의적인 조절이 쉽지 않아 이를 기준으로 범위를 정비하면 피터팬 증후군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안전망에서만 맴돌지 않고, 기업형 소상공인으로 클 수 있는 기초작업이라는 게 중기부의 입장이다.
현장에선 온도차를 드러냈다. 소상공인 매출의 경우 외부 영향에 따른 변동폭이 커 일정한 기준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마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직원이 한 두 명 있는 곳과 20명 가까이 되는 곳은 필요한 정책이 달라 같은 선상에 놓고 지원하면 정책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매출로 기준을 단일화 하면 탈세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도 “중대재해처벌법 등도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법을 적용한다”며 “이는 근로자 수가 기업의 영세성을 나타내는 기준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도움이 필요한 소상공인 법망에서 벗어나는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제기했다.
현재 주요 국가에선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소기업, 영세기업 등을 분류한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종업원 수 20인 미만을 영세기업으로, 일본은 소규모기업을 상시종업원 수 기준으로 도‧소매‧서비스업 5인 이하, 제조업 및 기타 업종은 20인 이하로 각각 규정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은 소기업 중 ‘영세해 도움이 필요한 기업’이라는 의미로 한국에만 있는 개념이다. 해외에선 ‘도움이 필요한 상인’이라는 의미가 없어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나눠도 상관이 없는 것”이라며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하기 위해 기업과 같이 매출액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분류 기준 역시 2015년 매출액 기준으로 모두 바뀌었다”며 “이후 종사자 수 5인이라는 게 소상공인에 대한 상징처럼 됐지만 형평성 등을 고려해 이제 바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