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국토부 산하 기관 ‘코드 인사’ 논란 등
건설업은 공공재를 쌓아 올린다. 국민의 주거를 책임지는 아파트부터 도로, 빌딩, 공항 등 모든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관리를 담당한다. 그만큼 정부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정부가 인허가권을 틀어쥐고 있는 만큼 정부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각종 규제와 낙하산 인사로 건설업계를 주무르고 있다. 정부가 벌점 제도 관련 법안 개정을 추진해 건설업계 전반의 불이익이 예상된다.
이번 벌점 제도 개편으로 민간 건설사 분양 일정은 최소 수개월 이상 지연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건설사와 정비조합의 자금 부담이 늘어나고, 주택 공급 일정도 밀린다. 여기에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은 정권 교체 때마다 ‘낙하산 인사’로 점철돼 건설 관련 전문성 부족 문제가 뒤따른다
1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단순 합산 방식의 벌점 제도가 시행된다. 기존에는 부과된 벌점을 공사 현장 수로 나누는 평균 방식을 사용했으나 공사 현장이 많은 대형사일수록 벌점이 현저히 낮아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단순 합산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에 건설업계는 상대적으로 현장이 많은 대형·중견 건설사들이 불이익을 받고, 자금 여력이 없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건설사는 부여받은 벌점에 따라 향후 공공공사 입찰 참가나 선분양 시행에 제한을 받게 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리 안전을 강조한다 해도 작업 당사자가 이를 소홀히 하면 따른 사고 발생도 적지 않다”며 “벌점 제도 개정안이 지나친 처벌 강화로 건설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이 우려하는 선분양 제한 벌칙은 이렇다. 아파트 기준으로 ‘벌점 3점 이상, 5점 미만’의 경우 전체 동의 지상층 기준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층의 골조 공사가 끝나야 분양할 수 있다. 벌점 ‘5점 이상~7점 미만’인 건설사는 전체 층수의 3분의 2 이상 공사가 끝나야 하고, 벌점 ‘7점 이상~10점 미만’이면 골조공사가 모두 끝나야 아파트 입주자 모집을 할 수 있다. 이는 후분양과 마찬가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벌점 3점 이상인 건설업체 25개사로 파악됐다. 벌점 집계 방식이 합산으로 변경되면 따라 전체 아파트 공급량의 30% 이상이 선분양 제한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벌점으로 인한 선분양 제한의 합리화 방안’에 따르면 벌점에 의한 선분양 제한 대상의 과도한 증가는 주택 공급량을 감소시키고, 더 나아가 정책상 충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선행돼야 할 후분양 제도의 시장 내 도입을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새 정부 들어 국피아(국토부+마피아) 등 관치 인사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연구소에 따르면 출신 부처별 고위공직 점유율은 △기획재정부 12.2%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0.1% △ 산업통상자원부 7.3% △국토부 5.4% △교육부 4.5% 등으로 국토부가 상위 5개 부처에 이름을 올렸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해 4월 후보자에 내정될 때만 해도 관가는 물론 업계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애초 관가에서는 건설·부동산 경력이 많은 김경환 전 국토부 1차관이나 심교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었다.
당시 국무총리 인사청문위 간사인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략적인 카드로 후보자 인선을 한 게 아닌가 싶다”며 “(의원 시절) 법사위, 외통위, 산자위, 과방위만 거쳤고, 국토위는 한 번도 없었다. 원 후보자가 우리 국민 앞에서 이런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얘기하신 걸 별로 못 듣지 않으셨느냐”고 전문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여기에 국토부 산하 한국도로공사 신임 사장에 함진규 전 국회의원이 임명되면서 국피아 논란은 재차 불거졌다.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윤 대통령 후보 예비캠프의 수도권 대책본부장을 맡았던 함 사장은 도로공사 신임 사장 공모가 시작되기 전 내정설이 돌아 ‘낙하산’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산하기관에 낙하산 등 관치 인사를 우려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며 “함량 미달의 낙하산 인사는 조직의 미래를 망치는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