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그간 골칫덩이로 치부되던 지하철 차량기지를 본격적으로 개발한다. 최근 강남구 수서차량기지를 우선사업대상지로 선정한 데 이어 직접개발이 가능한 차량기지를 중심으로 연구용역을 줄줄이 발주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사업인 만큼 실현 가능성이 의문인 데다 여전히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어 난항도 예상된다.
21일 본지 취재 결과 시는 최근 ‘이문차량기지 일대 복합개발 활용구상 수립’ 용역을 앞두고 사전규격(발주에 앞서 공개하는 조달요청서)을 공개했다. 해당 용역은 성북구 석관동 27-2번지 일대 이문차량기지 20만6979㎡ 개발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대규모 기반시설 복합화 추세 등을 고려해 유형 및 추진 방향을 정하고, 활용구상(안)을 검토한다. 또 부지 및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적정한 개발 규모나 형태 등을 마련해 건축계획(안)을 수립한다.
서울시는 그간 이문차량기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했던 것만큼 이전계획 등 상위계획 추진사항까지도 검토해 개발 방향을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량기지 이전계획을 포함해서 주변 개발상황까지 고려해 적정한 방식을 찾을 것”이라며 “사전절차는 끝난 상황이고, 곧 본 용역을 발주해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쯤 결론론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시는 15일 ‘신내차량기지 일대 통합개발 기본구상 수립 용역’을 발주하고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 중랑구 신내동 63번지 일대 33만6513㎡ 규모인 신내차량기지 일대는 현재 양원, 신내 2·3·4 등 공공주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또 △중랑 공영차고지 입체·복합화 사업 △6호선 신내 차량기지 이전 △면목선 차량기지 설치 등 여러 사업도 추진·검토 중이어서 계획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통합개발 마스터플랜을 수립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용역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최근 서울시는 시내 곳곳의 차량기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현실적으로 차량기지를 이전할 부지 마련이 쉽지 않자 주변 사업과 환경을 고려해 복합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앞서 12일 강남구 자곡동 수서차량기지 일대를 입체복합개발을 위한 우선사업대상지로 선정한 바 있다. 차량기지를 이전하지 않고,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처럼 철도 상부에 인공 데크를 덮고, 주거·상업·문화·녹지시설 등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개발방식이 기존 차량기지의 문제점이었던 주변 지역과의 단절을 해결하면서도 지역 활성화 기능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대규모 사업인 데다 시작 단계인 만큼 개발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점, 여전히 차량기지 이전을 원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은 장애물로 꼽힌다. 실제로 리브고슈의 경우에도 1991년부터 개발을 시작했지만, 현재까지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이다.
수서차량기지 인근 자곡동 A공인중개 관계자는 “차량기지 이전은 주민들의 예전부터 원하던 숙원사업”이라며 “실제로 개발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서울 도심에는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복합개발 방식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며 “대규모이고,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한 개발이기 때문에 내부동선 체계 등을 치밀하게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