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기차로 환승 10시간 여정
동행한 기자들 휴대전화도 잠시 회수할 정도로 철통 보안
충돌 방지 차원에 러시아에 통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나흘 앞둔 20일(현지시간) 철통 보안 속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했다. 미군 병력이 주둔하지도 않은 전쟁 지역에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CNN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번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은 '분쟁 해소 목적'이었다"면서 "수개월 전부터 극비로 계획해왔지만, 최종 결정은 지난 17일에서야 내렸다"며 방문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국가안보 관련 기관에서 소수의 사람만이 이번 방문 계획에 참여했다"면서 "대통령은 단계별 계획과 비상상황 발생 가능성 등을 충분히 보고 받은 뒤 최종적인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을 위해 측근 몇명과 의료팀, 사진사, 경호대로 방문 인원을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폴란드만 방문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연막작전을 펼쳤다. 일정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바이든 방문에 소수의 기자가 동행했는데, 이들로부터 휴대전화를 잠시 회수할 정도로 주의를 기울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오전 4시 15분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출발했다. 폴란드에 도착해 기차로 갈아타는 총 10시간의 여정 끝에 키이우 땅을 밟았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방문 계획에 대해 러시아에 사전에 알렸냐는 질문에 "우리는 러시아에 바이든 대통령이 키이우를 방문할 것이라고 통보했다"면서 "우리는 출발 몇 시간 전에 충돌을 피하고자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그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미군이 주둔하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을 방문해왔지만, 미군이 주둔하지 않은 우크라이나의 경우 안보를 보장하기 쉽지 않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자 러시아에 사전 통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키이우에 도착한 바이든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키이우에 올 때마다 (방문) 의미는 커지고 있다"면서 "(미국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떠나지 않는다"면서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날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4억6000만 달러 규모의 무기를 추가 공여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사전에 안보를 보장받은 바이든이 결국 키이우로 갔다"면서 "여기서 서방은 이미 꽤 정기적으로 키이우에 무기와 자금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방산업체들이 돈을 벌게 하고, 전 세계에 있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무기를 팔 수 있게 한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