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희 회장 “요금 분할납부는 근본 대책 못돼···바우처 필요”
서울 관악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김익환 사장은 95만 원이 찍힌 지난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았다. 평소와 같이 전기 5200킬로와트시(kWh)를 사용했지만 27만 원 수준이었던 요금이 2.5배 껑충 뛴 것이다. 김 사장은 21일 잠시 영업을 중단하고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기자회견장에 섰다. 그는 “점포 전기료는 매출액의 10% 비중이지만 지난달에는 35%로 늘어나 임대료보다 더 큰 부담이 됐다”며 “원자재 격이 오르고 한국전력이 적자를 보는 현실은 이해하지만 정부는 이럴 때 개입하려고 있는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날 열린 소상공인 난방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선 김 씨와 같이 전기료 및 난방비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경영난에 처한 소상공인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에너지 비용 급등에 따라 경영난에 처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위해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유은파 사장은 “미용실 가스 요금은 지난해 12월 10만1080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18만4360원으로 80% 이상 치솟았다”며 “주변 업소들에 난방비 영수증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더니 작게는 30% 많게는 80%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미용실은 대부분 가스 온수기와 전기를 활용하는 난방기를 쓰지만, 지난달에는 평소보다 손님이 많았던 것도 아닌데 전기ㆍ가스 요금이 크게 증가했다”며 “요금 납부 유예보단 삭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숙박업을 하는 윤상미 사장도 “기존에는 각 층에 불을 10개씩 틀었다면 최근에는 5개로 줄였는데도 전기료가 30% 이상 올랐다”며 “노력을 해서 전기를 아꼈으면 지출 요금도 함께 줄어가는 구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공연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요금은 전년 대비 kWh당 총 32.4원(30%) 상승했다. 도시가스 요금도 지난해 4차례에 걸쳐 ‘영업용1’이 37.1%, ‘영업용2’가 39.8% 상승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인상에 따라 소상공인의 난방비 부담이 매우 커졌으나 정부의 대책은 없다고 소상공인들은 지적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송년 특수는커녕 혹한의 12월을 보낸 소상공인에게 지난달 한파보다 무서운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다”며 “지난주 정부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발표한 납부유예나 분할납부는 임기응변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는 오는 7월엔 전기요금, 12월엔 가스요금을 분할납부하도록 하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소공연은 이날 정부와 국회에 △소상공인 에너지 취약계층에 포함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을 통한 냉난방비 부담 완화 △에너지비용 급등에 대비한 소상공인 전용 보험 3가지 안을 요구했다.
먼저 이들은 정부가 발표한 분할 납부안을 거부하고 에너지 바우처 및 요금할인 등 지원책 법제화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단열시공, 고효율 제품 교체 등 소상공인 시설 교체 지원도 요청했다. 또 사회적 보험 제도 마련도 건의했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풍수해보험과 같이 정부와 소상공인이 함께 비용을 분담해 에너지 비용 급등에 대한 피해를 대비하는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오세희 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사후약방문이 아닌 사전적 대응으로 한계에 내몰린 소상공인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지금 당장 마련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