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연 민우회 신임 공동대표 “尹정부 이후 목소리 내려는 사람 늘었다”

입력 2023-02-21 15:41수정 2023-02-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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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취임한 최희연 신임 공동대표, 광주서 20년 여성운동 후 서울로
지난해 민우회 수입 7억 7000억 원 규모 “목소리 내려는 사람 늘었다”
올해 여가부 폐지 반대 활동 TF 구성, 선제적 활동 예고
▲21일 서울 마포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실에서 최희연 신임 공동대표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박꽃 기자 pgot@)

지난 해 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 본부의 수입은 7억7000만 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700여 명의 회원들이 5000원, 1만 원씩 십시일반 모으는 후원금이 이들 단체의 주요 수입원이다. 21일 오전 서울 마포 민우회 사무실에서 만난 최희연 신임 공동대표는 “지난해 광주 지부에서도 두 명이 (100만 원의 목돈을 후원하는) 평생회원 자격으로 가입했다”면서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성평등 퇴행에 분노를 표출하고 목소리를 내는 방식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1월 28일 민우회 정기총회를 거쳐 새롭게 자리에 오른 최 공동대표는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여성운동가다. 2000년 광주여성민우회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줄곧 지역 기반으로 성폭력 상담, 성평등 활동을 진행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20여 명의 활동가가 상주하는 서울 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최진협 상임대표와 공동 지휘하게 될 민우회는 1987년 창립해 30여 년 동안 활동한 우리나라 대표 여성단체다.

여가부 폐지 맞서는 ‘반동을 저지하며 전진 TF’ 결성
“’여성 지우기’ 퇴행적 정책 선제적으로 짚을 것”

올해 민우회 주력 사업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기 위해 결성한 ‘반동을 저지하며 전진TF’ 활동이다. 그는 “윤 정권의 성평등 정책을 평가하는 토론회와 기자회견을 많이 할 것”이라며 “동시에 실시간으로 퇴행하는 정책을 끄집어내 선제적으로 터뜨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정책 퇴행 사례로 지방자치단체 주무 부처의 명칭 변경을 들었다. 서울시 강남구ㆍ금천구ㆍ도봉구ㆍ서대문구, 강릉시, 거제시 등에서 기존 사용하던 ‘여성’, ‘성인지’ 등의 단어를 빼고 ‘가족정책과’, ‘인구가족과’ 등으로 조직을 재편해 ‘여성 지우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그는 여가부 폐지 수순에 따라 관련 부처의 정책 우선순위가 따라 변화하는 이 같은 상황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면서 “그게 TF의 목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치 세력이 여가부 폐지를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 연말 정부조직법 개편안에서 여가부 폐지 논의가 빠졌다. ‘다음번에 논의하겠다’면서 집어넣어 뒀다가 국면 전환이 다시 필요하면 다시 끄집어내는 등 내년 총선까지 지지부진 ‘힘 빼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에 흔들리지 않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래시,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이어져… ‘약자 생존’ 필요”
영화, OTT물서 ‘페미니즘 콘텐츠 큐레이션’ 등 미디어 전략도

여가부 폐지로 대변되는 여성정책 퇴행은 그간 ‘백래시’(사회적 변화에 뒤따르는 반발 심리)라는 말로 표현돼 왔다. 최 공동대표는 “사회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회에서 백래시는 언제나 있어온 것”이라면서도 “백래시는 여성만을 향하지 않는다. 여성이 (최초의 대상으로) 표명되면서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도 함께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간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 차별, 지방대생 차별, 비정규직 차별 등 자칫 ‘약자 혐오’로 번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화되는 데에는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 수 있다고 느끼는 이들의 불안”이 작용한다는 분석에 동의했다. 이에 “지난 해 ‘약자 생존’이라는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면서 “우울하고 불안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갖는 게 이 같은 상황에서의 중요한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우회는 올해 수많은 영화, 드라마, 웹툰·웹소설, 팟캐스트 등 미디어 콘텐츠를 페미니즘 관점으로 관람하고 추천하는 '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 줄기 빛' 활동도 지속한다. 지난 해 정서경 작가의 ‘작은 아씨들’, 윤성호 감독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오세연 감독의 다큐 ‘성덕’ 등을 선정한 바 있다. 그는 “이 활동을 인지하고 있는 창작자, 제작자, 평론가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성차별 없는)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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