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은행 횡재세 부과 현실화…"번 만큼 사회환원해야" vs "손실나면 보전해주나"

입력 2023-02-22 16:40수정 2023-02-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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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은행 횡재세' 입법 발의
정부·금융당국 '형평성 이슈' 내세워 부정적 입장
전문가 "은행에만 횡재세 부과, 상식에 안 맞아"
은행권 "충당금·손실흡수능력 줄어들 수 있어" 우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은행은 공공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은행에 대한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일명 ‘횡재세’ 입법이 현실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명분 삼아 관련 법안을 속속 발의하면서다. 정부는 시장경제 논리와 맞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압도적 의석수를 가진 야당과 최근 ‘돈 잔치’라는 부정적 여론에 떠밀려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다수 전문가는 손실 보전 없이 이익에만 세금을 물리는 것과 특정 산업과 기업에만 세율을 인상하는 것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 의견을 보였다.

22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중 법인세법 개정이나 은행법 개정안 형태로 초과이익에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담은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민 의원은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찬반이 있고, 신중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보니 전문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검토하고 있다"며 "우선은 초과이익의 7~10%를 서민금융진흥원에 기금으로 출연해 서민들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이 어떨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들이 작년에 분기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당시에도 사회공헌기금이나 사회연대기금 형태로 좀 환원을 해야 한다고 했더니 주주가 있고, 배임이 걸릴 수 있다고 이야기하더라"면서 "횡재세가 법제화되면 오히려 그런 문제도 해결되고, 최근 대통령이 상생금융하라고 했을 때 논란이 된 '관치 금융' 얘기도 쏙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민 의원은 "횡재세가 도입되면 은행들도 대출금리인상에 대해 더 신중할 수 있다. 해외사례들도 살펴봤더니 횡재세 도입의 근거가 지나친 금리 인상을 막을 수 있다는 부분도 있더라"면서 "예대마진이 커져 이익을 거두면 횡재세로 낼 수밖에 없으니 은행들도 금리 인상에 있어서 더 신중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의 은행 출연금을 현행보다 2배 확대하는 ‘서민금융법 개정법률안’을 전날 발의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서민금융 보완계정’에 출연하는 은행권의 출연 비율을 현행 0.03%에서 0.06%로 2배 인상하는 사실상 ‘횡재세’ 법안이다.

김 의원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이 상당한 이익을 거둔 부분이 있고, 한쪽에서는 고금리로 인해 힘들어하는 서민들이 있다”며 “기존에 은행권에서 내놓던 출연금을 늘려서 햇살론의 지급 대상을 늘리자는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만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소상공인의 보증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에 대한 은행의 법정 출연 기준을 추가하는 내용의 ‘지역신용보증재단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은행의 법정출연금 기준을 추가하고자 지역신보가 금융기관에 대위변제한 채무 금액의 일정 비율을 출연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이 발생한 법인이나 개인에게 일반적인 소득세 외에 추가적인 소득세를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대규모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금융기관들이 이익을 냈다고 해서 막대한 보너스를 지급받는 데 대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삼으면서 불거졌다.

다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횡재세 도입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당시 “횡재세는 시장경제 원리와 맞지 않는다”며 “은행은 번 데로 누진적 법인세를 많이 내서 기여하게 하면 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세금을 더 받게 되면 (은행은) 소비자에게 전가를 시킬 테고, 왜 은행에만 도입하는지 형평성 이슈도 있을 것”이라며 “은행이 만일 손실이 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쟁점도 있는 만큼 향후 금융당국 내에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횡재세 도입에 부정적 반응이 우세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세금이라는 것은 미리 정해두고 룰에 따라서 모든 국민이 따르는 구조로 돈을 잘 벌었다고 해서 콕 집어서 (은행에만) 세금을 추가로 내라고 강제하는 것은 헌법 체제나 상식에도 맞지 않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권에 횡재세를 부과하려는 방안은 정치권에서 이익이 나는 곳에서 세금을 더 벌어들이고자 하는 개념으로 시작된 것”이라면서 “횡재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치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에서는 횡재세 도입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도 다른 업권에 비해 나름대로 사회공헌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법으로 이를 강제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세금을 추가로 내게 되면 충당금을 쌓는데 필요한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손실 흡수 능력도 줄어든다”면서 “배당도 줄면서 주주의 이익도 침해하는 등 여러 우려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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