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이 떨어진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는 당연히 자금을 출자받아야 하는 운용사다. 그동안 ESG 투자를 꾸준하게 준비하고 실천해 왔다면 이행점검을 받는 데 큰 무리가 없겠지만, 업계 관행상 대부분 운용사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기에 난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몇몇 회사는 이행 점검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컨설팅사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사모펀드 시장에서는 일부 운용사에 국한됐던 ESG 컨설팅이 시장 전반으로 커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운용사 ESG 평가 자문 시장 확대 외에도,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다른 자금출자자들도 향후 ESG 점검 모형을 구비해 나갈 것이므로 향후 LP 사모펀드 ESG 시장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가받는 운용사는 평가하는 출자자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회사를 더 선호할 것이다. 갑의 갑 역학은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레버리지다.
산업은행이 사모펀드 ESG 이행점검의 포문을 열어준 만큼, 이해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점검 모형의 내용을 잘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모형은 운용사의 ESG 투자역량 수준을 투자 정책, 투자 전략, 투 자실행, 의결권 행사 4가지 카테고리로 평가한다. 운용사의 투자 정책에 따라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얼마나 잘 실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 마지막 의결권 행사 부분이다.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일반적인 자산운용사의 경우 의결권 행사는 주주로서 책임투자를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부분이지만, 사모펀드 운용사의 경우 모두 투자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펀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2021년 10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령상 사모펀드 제도 개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는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와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로 구분했지만, 개정 후에는 ‘일 반사모펀드’와 ‘기관 전용 사모펀드’로 구분한다는 점이다. 경영 참여 목적으로만 운용이 가능했던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가 경영 참여 목적 여부에 상관없이 ‘모두 가능’한 사모펀드로 완화됐다. 즉, 기존에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 이상 취득 및 6개월 이상 보유’의 요건에서 ‘지분투자 의무 폐지’로 개편됐다. 경영참여 없는 소수 지분 투자도 가능하므로, 이 경우 의결권 행사는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럼 이행점검 모델상 가점을 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대비가 필요할까? 이행점검 카테고리별로 살펴보자. 가장 먼저 책임투자 조직을 설치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권한과 책임을 갖고 추진하는 조직이 있어야 일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책임 투자 정책을 갖춰야 하는데, ESG 투자 프로세스와 네거티브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기본이다. 정책 수준과 방법은 운용사의 현황과 철학이 가미되는 문제므로 회사마다 다를 것이다.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이니셔티브에 가입하면 책임투자 진정성이 어필될 것이다. 이때, 출자기관이 가입한 이니셔티브를 참고하거나 운용사 비즈니스와 직결된 이니셔티브를 가입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투자 기관이므로 UN PRI는 반드시 가입이 필요하며, 부동산 운용에 특화될 경우 부동산 이니셔티브인 GRESB(Global Real Estate Sustainability Benchmark)에 가입하거나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 Design)와 같은 친환경 인증 획득하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얼마나 실질적으로 잘 이행하고 있는지 그 내역이 중요하다. 많이 간과하는 것으로, ESG 컨트러버셜 이슈 대응 지침을 미리 마련해 놓으면 보다 탄탄한 정책이 될 것이다.
두 번째, 투자전략은 운용사마다 방법과 수준이 가장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영역이다. 반사회적인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을 투자 배제하는 네거티브 전략의 경우, 제품이나 행위배제의 대상, 즉시 배제 범위와 점진적 배제의 매출 비중이나 허용 정도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때, 자칫 과도한 의욕이 화를 부를 수 있으므로 투자 본연의 목적에 방해되지 않도록 현실적으로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모펀드인 만큼 특정 ESG 주제를 중심으로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회사의 ESG 전략을 투자 프로세스에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가 핵심 포인트다.
세 번째, 투자실행이다. 책임투자 전략을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핵심 투자기업 정도는 ESG 실사를 해볼 것을 추천한다. 무슨 일이든 사전 이슈 파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사를 통해 투자하는 회사의 ESG 문제점과 중점개선과제와 목표를 수립하고 이에 따라 KPI를 선정하면, 투자 기간 동안 모니터링과 성과관리까지 투자회사와 협의로 일관된 체계 내에서 추진할 수 있다. 여기서 차별화 포인트이자 놓치지 말아야 할 점. 만일 발생할지 모를 컨트러버셜 이슈 관리 체계를 미리 설정해 투자정책이나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투자실행 상의 ESG 목표와 효과적인 성과관리는 향후 자금출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훌륭한 트랙 레코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결권 행사에서는 운용사 내 의결권 행사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대상 기업 커버리지 정의, 의결권 자문회사를 통한 안건 분석과 실제 행사 내역, 안건에 반대할 경우 그 이유를 관리해야 한다. 운용사의 자체 의결권 지침에 따라 일관성 있게 행사하는 것이 포인트다. 행사 결과는 주주활동보고서나 수탁자책임활동 보고서를 통해 리포트 한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이상의 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한다면, 자금출자자(LP) ESG 이행점검 평가에 언제든 자신 있게 응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