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500만대 판매’ 미 최대 시장
국내선 쌍용차 ‘무쏘 스포츠’ 최초
쉐보레ㆍ지프 픽업모델 잇단 출시
기아도 모하비 기반 신차 준비 중
2025년엔 7~8개 모델 경쟁 전망
현대적 의미의 픽업(Pick-up)트럭은 2차대전 이후 등장했다.
전장에 필요한 군용차를 쉼 없이 찍어냈던 자동차 공장들은 전후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다.
무리하게 생산설비를 확장한 제조사들은 하나둘 무너졌다.
살아남은 제조사들은 방향을 돌렸다. 군용차를 기반으로 민수용 차를 생산했다. 다만 군용차와 민수용 차는 궤가 달랐다.
전쟁터에서 SUV는 하나의 장비에 불과했다. 철저한 내구성을 앞세워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았다. 다만 편의 장비를 기대하기 어려웠고 넉넉한 승차감도 사치였다.
그러나 민수용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SUV는 사정이 달라졌다. 더 편안한 승차감을 기대하는 요구가 커졌고, 편의 장비를 덧댄 SUV가 잘 팔렸다. 그렇게 1950년대 들어 군용차를 밑그림으로 한 롱보디 SUV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대적 의미의 픽업트럭은 이들 롱보디 SUV가 밑그림이다. 1~2열을 승객석으로 3열을 짐 공간으로 꾸민 이들은 손쉽게 픽업트럭으로 둔갑했다. 승객석과 화물 공간을 분리하고, 3열을 개방형 적재함으로 꾸미는 게 전부였다.
이런 픽업트럭의 강자이자 최대 시장은 단연 미국이다. 한해 1500만 대 넘는 신차가 팔리는 미국에서 전체 판매의 40%가 넘는 수요가 픽업이다.
픽업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 역시 미국이다. GM과 포드를 비롯해 스탤란티스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여느 제조사가 SUV를 기반으로 픽업트럭을 개발했던 것과 달리 미국 빅3 제조사는 애초부터 픽업트럭 전용 플랫폼을 여럿 거머쥐고 있다. SUV를 픽업트럭으로 개조하는 게 아닌, 오히려 픽업트럭을 밑그림으로 SUV를 개발하기도 했다.
픽업트럭 시장은 미국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행여 한국차가 이 시장에 뛰어들까 두려워 한미FTA 개정안을 앞세워 시장에 철옹성을 두르기도 했다. 2022년 무관세를 약속했으나 개정안을 통해 이를 2042년까지 유예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콤팩트 소형 픽업(싼타크루즈)을 현지에서 생산 중이다.
국내에서도 픽업트럭이 점진적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05년 쌍용차가 화물차 세제 혜택을 겨냥해 출시한 무쏘 스포츠가 최초다.
이후 세대를 반복하면서 국내 유일의 SUV 기반의 픽업트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쌍용차의 대표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쌍용차가 독점했던 시장은 2019년 10월 쉐보레 콜로라도를 출시하면서 깨졌다.
출시 초기 V6 3.6ℓ 휘발유 엔진을 얹은 콜로라도는 정통 아메리칸 픽업트럭을 내세웠다. 최고출력 312마력, 최대토크 38kgㆍm를 자랑했다. 쌍용차의 독주를 견제할 만한 유일한 모델로 손꼽혔다.
고강성 풀 박스 프레임 보디로 구성된 정통 픽업트럭 모델답게 최대 3.2톤에 이르는 초대형 카라반을 견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만나보기 어려웠던 첨단 트레일러링 시스템을 갖춰 주목받았다.
이듬해인 2020년 7월, 스탤란티스 역시 지프(Jeep) 글래디에이터를 선보였다. 지프 랭글러 4도어를 기반으로 뒤쪽에 개방형 적재함을 덧댄 파생 모델이다. 차 이름 글래디에이터는 ‘검투사’를 의미한다.
세타 터보엔진 기반의 2.0 휘발유 엔진을 얹었던 랭글러와 달리 글래디에이터는 V6 3.6 휘발유 자연 흡기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284마력을 낸다.
앞서 국내에 먼저 선보였던 지프 랭글러와 마찬가지로 현대모비스가 언더보디를 모듈로 제작해 지프에 공급한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에 국한됐던 국산 픽업트럭 시장에도 경쟁사가 등장한다. 기아가 모하비를 밑그림으로 한 픽업트럭(개발명 TK) 생산을 공식화했다.
기아는 화성 1공장의 중장기 고용안정과 안정적인 물량확보를 위해 모하비를 밑그림으로 한 픽업트럭을 2024년 12월부터 양산한다.
애초 픽업트럭 적재함을 외주사를 통해 공급받기로 했으나 기아의 프레스 설비를 활용해 자체 생산키로 했다.
결국, 이르면 2025년 상반기부터 국산 픽업트럭 2종을 비롯해 수입차 시장에서도 5~6종의 픽업트럭이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