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 67달러로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는 1994년 1만 달러를 돌파했다. 2006년 2만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2021년에는 3만5000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삶의 만족도를 보면 결과는 처참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2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1년 기준으로 집계한 주관적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9점으로 집계됐다. OECD 38개국 가운데 36위에 불과하다. 한국보다 낮은 곳은 지속된 내전으로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는 콜롬비아와 이번 지진 피해를 당한 튀르키예 뿐이다.
경제 사정은 나아지고 있는데 왜 우리보다 훨씬 못사는 나라 사람들보다 불행한 걸까.
행복경제학의 창시자인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저서 '지적 행복론'에서 행복의 핵심요소로 경제적 안정, 가정생활, 건강을 꼽았다.
그는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면 사람들도 계속해서 더 행복해질 것으로 같지만 GDP 성장이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고 얘기한다.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이후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이스털린의 역설)고 했다.
물론 가난한 것보다 부유한 게 낫다. 하지만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사회적 비교가 더해지면 불행을 느끼기 쉽다. 내 연봉이 100만 원 오르면 기쁘지만 다른사람 연봉이 200만 원 오른 걸 알면 오히려 우울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우리나라는 남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경쟁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키운다. '카페인(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타인의 일상과 나의 삶을 비교하며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전혀 부럽지가 않어." 지난해 이맘 때쯤 나온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가 히트한 건 현재 우리 자신의 모습이어서가 아닐까.
개인이 사회적 비교를 하지 않는 게 더 행복해지는 방법이지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SNS를 멀리하고 운동, 영화감상.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소소한 행복에 시간을 더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성장은 개인의 물질적 삶을 엄청나게 개선했지만 그 자체가 행복을 증진시켰다고 보긴 어렵다.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고용, 소득, 의료서비스 등에서 빈부 격차는 벌어지고 불확실성이 커져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국민이 불행하다는 것은 정부가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보듯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지금의 정책으로는 부족하다. 복지와 행복은 강한 연관성이 있다. 좋은 공공의료 서비스는 건강에 대한 우려를 줄여주고, 훌륭한 보육과 노인 부양 서비스는 가정생활의 걱정을 덜어준다. 취약계층일수록 복지는 더 소중하다.
빈부격차를 줄이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 기존에 성과가 없는 불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일상적인 사회안전망에 대해 집중 투자해 체질 개선을 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