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500
찬란한 그 숫자. 헬스인들의 꿈의 기록이라 불리는 어마어마한 숫자죠. 여기서 3대란 파워리프팅 동작인 스쿼트,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를 뜻하는데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대표하는 3대 운동인 이 3가지를 한 번에 들었을 때의 총합을 그다음 숫자로 나타냅니다. 흔히들 “3대 몇 치세요?”라고 묻곤 하는데요. 이 질문을 건네는 것 자체가 ‘저 사람 운동 좀 했다’를 증명하기도 하죠.
일반 남성 기준(70kg) 평균이 스쿼트 60kg, 데드리프트 80kg, 벤치프레스 40kg 수준인데요. 총 180kg 정도가 평균 무게이다 보니 이보다 약 2.7배의 무게를 더 올려야 합니다. 일반인이 도전하기에 쉽지 않기에 ‘3대 N’의 질문을 받는 것만으로도 운동 좀 했다는 칭찬처럼 들리는데요. 헬스인들에게 내 노력을 인정받는 찬사이기도 하죠.
아무래도 더 많은 중량을 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인간의 한계를 들어 올리는 듯한 역도 선수들을 향한 무한한 존경심이 생기게 되는데요. 특히 한국 역도계의 대스타 장미란 선수의 ‘3대 N’은 얼마일지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했죠.
그런데 최근 이 궁금증이 풀리는 날이 왔는데요. 지난달 유튜브 채널 ootb STUDIO에 올라온 ‘전과자-용인대 체육학과’ 영상입니다. 그룹 비투비의 창섭이 대학의 다양한 과를 체험하는 내용을 담는데 이번엔 용인대 체육학과를 찾았죠. 수업에 들어간 창섭은 교수님의 얼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바로 그분. ‘로즈란’ 장미란을 마주했기 때문이죠. 이곳에선 장미란 교수였습니다.
헬스인이라면 누구나 궁금했던 그 질문. “장미란 교수님은 3대 몇 치세요?”를 내뱉는 순간이었는데요. 비밀이라며 잠시 빼던 장미란은 백스쿼트 275kg, 데드리프트 245kg, 밀리터리프레스 105kg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알렸습니다. 흔히들 3대로 치는 벤치프레스보다 훨씬 어려운 밀리터리프레스에서 100kg 이상도 놀라운데, 이미 스쿼트와 데드리프트 2개만 합쳐도 500kg이 넘은 수치라니…. 역시 장미란이라며 놀란 눈을 감출 길 없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더 놀라운 일은 따로 있었습니다.
장미란의 수업에 참여한 창섭은 무려 데드리프트 지도를 받았는데요. 장미란에게 지도받는 데드리프트라니. 이 영광의 순간을 느낄 새도 없이 장미란은 수월하게 데드리프트 동작을 선보인 뒤 엄청난 발언을 내뱉었는데요. 바로 “데드리프트는 들어 올리는 운동이 아니라 내리는 운동이다. 내리면서 참는 운동”이라고 말이죠.
이 발언에 창섭도 입을 떡 하고 벌리며 동공 지진을 일으켰습니다. 장미란의 이 발언은 운동 커뮤니티 곳곳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는데요. 커뮤니티 곳곳에는 “오늘부로 나의 운동은 바뀌었다”라는 간증이 쏟아졌죠.
그도 그럴 것이 ‘데드리프트(Deadlift)’란 이름에서 볼 수 있듯 ‘들어 올리다’가 뜻 자체에 포함된 운동인데요. 헬스장 곳곳에선 누가 더 많은 무게를 들어 올리냐로 알게 모르게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게 되는 지금에 “데드리프트는 내리는 운동”이라는 새로운 정의가 떡하니 날아온 셈이죠.
모두 충격에 휩싸였지만,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그 발언의 주인공이 ‘로즈란’님이었으니까요.
“반박하고 싶으면 금메달 따고 와라”, “3대 600 이하 조용”, “그분께서 내리는 거라 하면 내려야지”, “불만 있으면 금메달 챙겨 와라”, “제목 보고 반박하려다가 장미란 보고 그저 조용히 있음”, “오늘부터 내 운동은 새로 태어납니다. 내리는 운동”
다양하고 한편으론 웃픈 반응들이 쏟아졌는데요. 여기저기서 소심하게 ‘장미란의 발언’을 분석하기도 했지만, 결국엔 “장미란 님은 맞다”로 종결됐습니다.
일각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역도 운동 동작에 있어 사용되는 데드리프트는 ‘컨벤서녈 데드리프트’(바닥에 있는 바벨을 들어 올리기만 하면 되는 동작)가 아닌 ‘루마니안 데드리프트’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루마니안 데드는 바벨을 든 상태에서 몸과 최대한 밀착시킨다는 느낌으로 내리는 운동으로, 여기서 근육이 이완된 상태의 시간을 충분히 주는 네거티브 운동(올릴 때는 빠르게, 내릴 때는 천천히)이기 때문에 장미란의 발언이 맞을 수도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이죠. (물론 ‘장미란이 맞다’로 귀결)
이에 김민수 휘트니스FM 트레이너는 “근육은 이완시키고 잘 참는 것이 중요하다. 웨이트 운동은 모두 근육 이완의 내리는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며 “(들어 올리는) 근육 수축은 이완 준비 운동 정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미란의 발언 이후 헬스장에서의 데드리프트 동작이 사뭇 다른 풍경으로 펼쳐졌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무게를 들어 올린 뒤 바닥에 던지는 모습이 적어지고, 천천히 내리며 버티고, 참는 모습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이죠.
헬스인들 사이에서는 로니콜먼의 스모 데드리프트 발언 이후로 큰 충격이었다는 반응인데요. 스모 데드도 한때 ‘오리지널 데드리프트’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류 취급을 받았죠. 데드리프트 동작에서 발과 발 사이가 넓고 방향이 바깥쪽으로 향해 있어 데드리프트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건 ‘트릭’이라며 열혈 헬스인들의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보디빌딩의 왕이라 불리는 로니콜먼이 “스모 데드도 횟수 1개로 친다”고 발언해 해당 논쟁도 종결이 됐죠. 미스터 올림피아 8회 연속 우승과 초고중량 운동 스타일로 괴물로 불리는 로니콜먼의 인정에 다들 꼬리를 내리고 말았는데요.
“이제는 스모데드도 데드리프트고, 데드리프트는 내리는 운동입니다” 명언처럼 새겨야 할 발언이죠. 반박 시 두 사람을 이기고 돌아오라는 무시무시한 경고와 함께 말입니다.
장미란의 발언이 이처럼 강한 이유는 ‘로즈란’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바탕이 됐는데요. 장미란이 금메달을 땄던 ‘2008 베이징올림픽’ 때만 해도 그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인상 140kg, 용상 186kg, 합계 326kg이라는 그 숫자를 말이죠.
그런데 2010년 이후 웨이트 운동에 관한 관심이 늘고, 헬스가 대중화되면서 끝없는 재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이제야 장미란의 이전 기록과 출전 영상들을 살펴보며, 그저 힘센 누나가 아닌 ‘인간을 초월한 존재’라는 것을 느낀다는 평가가 즐비하죠.
특히 장미란은 베이징올림픽 당시 총합이 은메달, 동메달 선수들과 약 50kg 이상 차이가 나는 우월한 성적을 거뒀는데요. 이후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면서 약물을 이긴 선수라는 칭호까지 받았는데요. 약물을 써도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장미란에 대한 존경심은 날로 더해지고 있습니다.
그저 엄청난 존재의 장미란을 향해 “장미란 님도 유튜브 해주세요”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22일과 삼일절에 방송되는 tvN ‘유퀴즈 온더 블록’에 출연한 장미란의 입담에 그 요청은 더 거세지고 있죠. 이미 채널명도 정해져 버린 것(?) 같은 ‘로즈란’. 유튜버로 나서는 레전드의 첫 장면이 벌써 기대되는 건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