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대위변제안 협상 경과는 양국 말 아껴
"협상 속도감 있어"vs"日 호응 없어 말 없는 듯"
3월 말 尹 방일설 가운데 4월 日지방선거 예정
"반한파 목소리 커 日정부가 기업 배상 막을 수도"
반면 "과거사, 선거 영향 작아 협상에 큰 변수 아냐"
윤석열 정부와 일본 기사다 후미오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금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이달 말 방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내달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협력 파트너’라 칭하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일본도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난해 11월 한일정상회담에서 현안 조기 해결을 도모키로 의견이 거듭 일치했고 외교 당국 간 의사소통이 계속되고 있다”며 화답하는 모양새다.
다만 양국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 협의 경과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양국에서 재원을 마련해 판결금을 지급하는 대위변제안을 제시하고 일본 측의 호응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피해자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도 협의 상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의 협상 분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협상 실무를 맡은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비공개 방한했던 점을 미루어 낙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본 측 호응을 얻기가 어려운 상태라는 진단도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후나코시 국장이 굳이 비공개로 방한했고,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이 속도감 있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서 생각보다 빨리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강창일 전 주일대사는 “정부에서 해법이 어떤 식으로 될지 정확히 말하지 않는다는 건 일본의 호응이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며 “전범기업들이 돈도 내놔야하고 사과도 해야 하는데 여태 수용하지 않아 교착상태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일 협상 추이가 드러나지 않아 추측만 무성한 가운데 윤 대통령의 3월 말 방한설이 제기되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에선 정상회담 개최는 아직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5월에 일본 히로시마에서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예정된 만큼 그 전에 양국이 강제징용 문제를 정리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다만 일본의 4월 9일과 23일 통일지방선거 탓에 물밑협상에서 성과가 있더라도 정상회담 등을 통해 섣불리 발표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달 26일 자민당 대회에서 조기 헌법 개정을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상황에서 보수층 심기를 건들 수 있는 과거사 문제를 선거 전에 건들기 어려워서다.
강 전 대사는 “일본에서는 반한(反韓)파들의 목소리가 커서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섣불리 손대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반한파 목소리에) 자국 기업들이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걸 막지만 않으면 된다. 기업들은 한국 진출을 위해 해결하고 싶어 한다”고 짚었다.
이 경우 물밑협의에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한일정상회담은 4월 중 지방선거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선거는 큰 변수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참의원·중의원 선거처럼 정권이 바뀔 수 있는 성격도 아니고, 외교 문제가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 연구위원은 “자민당이 지난 선거에서 크게 이긴 데다 여야가 바뀌는 선거도 아니라서 강제징용 협상에 결정적인 변수라고 볼 수는 없고, 선거 이후라고 입장이 기존에서 전향적으로 바뀌리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일본 선거에 경제 문제 영향이 크지 한일 문제는 결정적인 변수가 되진 않는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