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R&D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대구…성장 가능성 ‘충분’

입력 2023-03-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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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심장을 가다] ①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면서 바이오클러스터의 역할과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지난해 연매출 3조 원을 넘기는 기업이 최초로 탄생하는 등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정부도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삼아 국가 중점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지역 거점별 바이오산업 특성화를 추진했다. 이에 전국에 다수의 바이오클러스터가 형성되면서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민·관이 바이오산업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세계 1위 바이오클러스터인 미국 보스턴을 따라잡겠단 목표를 가동 중이다.
대표 바이오클러스터로 대구·경북, 충북 오송, 강원 원주, 인천 송도 등이 꼽힌다. 정부 주도로 대구와 오송에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들어섰고, 원주에는 의료기기테크노밸리가 조성됐다. 송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대표 바이오기업들이 입주해 K바이오 생산거점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보스턴바이오클러스터처럼 세계 수준의 기업이 들어서고, 신약이라는 결실을 맺으려면 더 많은 노력과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본지는 국내 대표 바이오클러스터를 직접 찾아 특장점과 경쟁력을 살피고, 현장 의견을 들었다. ‘K바이오 심장을 가다’ 기획을 통해 K바이오클러스터 글로벌 영향력 확대 방향과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
[K바이오 심장을 가다] 글싣는 순서
①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② 오송바이오클러스터
③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④ 송도바이오클러스터

대구광역시 동구 신서혁신도시. 고속철도(KTX)동대구역에서 차로 약 20분이 걸리는 이곳에 국내 신약 연구·개발(R&D) 중심지로 육성된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케이메디허브)과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대구첨복단지)가 위치한다.

총 105만4000㎡ 규모로 조성된 대구첨복단지에는 현재 17개 연구기관과 83개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선정되면서 제약·의료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기 위해 국가 주도로 만들어진 바이오클러스터로, 케이메디허브가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바이오클러스터 생태계 구성…지속적 성과

케이메디허브는 합성신약 및 첨단의료기기 사업화의 전주기를 원스톱(ONE-STOP) 지원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개별 기업이 보유하기 어려운 기술과 인프라를 갖춰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신약이나 의료기기의 개발·상용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국내 15개 시·도에 25개에 달하는 바이오클러스터가 포진해있지만, 케이메디허브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신약 R&D의 산실 기능을 확보하고 있단 점에서 차별화된다. 약 600여 종의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그동안 급성 골수성 백혈병, 뇌암, 간암, 치매, 알츠하이머, 난소암 등의 치료물질 기술이전 성과를 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1년 9월 3800억 원 규모로 미국 브리켈바이오테크에 기술수출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가 있다. 케이메디허브가 후보물질을 개발, 2017년 보로노이에 기술을 이전했다.

▲중추신경계질환팀 연구진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케이메디허브는 신약 후보물질 최적화를 위한 분자설계에서 의약합성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사진제공=케이메디허브)

케이메디허브 연구진은 의학화학분야 권위지 저널 오브 메디시널 케미스트리(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에 국내 최초로 3년 연속 표지 논문을 싣기도 했다. 연구 인력은 해마다 늘어 현재 400여 명에 달한다.

대구첨복단지는 바이오클러스터의 구성요소인 기업, 대학, 연구소, 병원(산·학·연·병)을 비교적 잘 갖추고 있다. 대다수 바이오클러스터가 기업 중심인 반면, 이곳은 경북대, 계명대 등 지역 거점 대학과 한국뇌연구원, 3D융합기술지원센터, 첨단의료유전체연구소 등의 연구소, 경북대병원을 비롯한 다양한 병원이 모여 있다.

후보물질 발굴→상용화 한 자리서 지원

케이메디허브의 핵심 연구시설은 △신약개발지원센터 △전임상센터 △의약생산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이다.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의 신약개발지원센터는 1300여 대의 장비를 보유하고 화합물 탐색 및 선도물질 최적화를 지원하고 있다. 분자설계, 단백질 구조분석, 의약합성, 유효성·안전성 평가 등 전반적 기술 지원이 가능하다. 플랫폼 기술 개발, 위탁 R&D, 공동 연구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의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사업도 맡고 있다.

신약 개발의 필수 요소인 동물실험 인프라도 갖췄다. 췌장암·뇌암·파킨슨 등 200여 종의 질환모델동물 제작기술을 보유, 다양한 질환에 대한 전임상 시험을 할 수 있다.

▲의약생산센터에서 연구원이 의약품을 제조하고 있다. 케이메디허브는 국내 공공기관 최초로 GMP 인증을 획득했다. (사진제공=케이메디허브)

케이메디허브는 공공기관 최초로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 인증을 획득, 의약생산센터에서 독자적인 생산시설 운영이 어려운 제약사나 연구기관을 위한 의약품을 생산·공급한다. 최소 1kg 단위의 소량 제조가 가능한 점이 특징으로,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는 IT 기반 융합 진단·치료기기의 제품화를 이끌고, 의료기기 시제품 제작과 심사평가를 지원한다. 집속초음파 치료·진단기기, 뇌파분석 진단·치료기기, 약물 주입장치 등이 상용화됐다.

올해는 첨단임상시험센터가 문을 연다. 신약 후보물질과 의료기기 시제품의 안정성·효과성을 검증해 상용화를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대병원이 운영을 맡는다.

양진영 케이메디허브 이사장은 “케이메디허브를 중심으로 중소벤처기업과 연구소, 인근의 대형 병원과 지역 거점 대학 등 바이오생태계가 구축돼 10여 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라면서 “성숙한 환경을 토대로 각 기관 간 공동 연구 및 협업을 통해 기술이전 등 성과가 꾸준히 나오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도 겨냥…지리적 위치 약점

K바이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시장도 조준하고 있다. 케이메디허브는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아랍헬스 2023에 처음 참석해 대구테크노파크와 공동관을 마련했다. 공동관은 300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달성했으며, 이 가운데 대구기업 11곳이 222억 달러를 올렸다.

오는 7월에는 지난해에 이어 글로벌 의료기기 박람회 ’코아멕스(KOAMEX)‘를 개최한다. 9월엔 제주에서 의료기기 기업 비즈니스 행사 ’메디텍‘을 열기 위해 5개 공공기관과 협력 중이다.

▲의료융합팀 연구진이 영성장비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케이메디허브는 다양한 영상장비를 한 곳에 갖춰 의료기기 개발 시 빠른 영상확인과 신뢰성 평가가 가능하다. (사진제공=케이메디허브)

이처럼 대구첨복단지가 글로벌 바이오클러스터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요건을 갖췄지만,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리적 위치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갈수록 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서울과 가까운 인천 송도를 ’K바이오 랩허브 구축사업‘ 후보지로 결정하고, R&D 인프라를 추가하겠단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애초 대학과 병원이 있는 대구를 택해 첨복단지를 조성했지만, 이를 활용하는 대신 한정된 예산을 쪼개 새로운 인프라를 만드는 쪽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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