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산 크레인 경고등…“스파이 도구로 쓰일 수도”

입력 2023-03-0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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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추적 등 정교한 센서 부착”
“새로운 화웨이가 될 수도”
중국 대사관 “피해망상” 일축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구에 2일 크레인들이 보인다. 오클랜드(미국)/AF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자국 항만에서 사용하는 중국산 크레인에 경고음을 울렸다. ‘정찰풍선’으로 한바탕 소동을 빚은 당국은 크레인도 스파이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측은 “피해망상”이라며 일축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방부와 안보 관련 관리들을 인용해 현재 미국 정부가 중국 제조업체 ZPMC의 항만 크레인을 트로이 목마에 비유하며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ZPMC 크레인은 가격이 저렴하고 기능도 좋아 널리 쓰여왔지만, 컨테이너 출처와 목적지를 등록하고 추적할 수 있는 정교한 센서가 포함돼 스파이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직 미국 방첩 고위 관리인 빌 에바니나는 “해당 크레인은 상품의 공급 흐름을 방해하려는 자들에게 원격 접근권을 제공할 수도 있다”며 “크레인은 새로운 화웨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화웨이에 대한 자국 기업의 첨단 부품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화웨이는 “자사 제품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에바니나는 화웨이와 ZPMC를 “비밀 정보 수집을 합법적인 사업으로 위장할 수 있는 완벽한 조합”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추측이 단순한 의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은 이미 2021년 기밀 평가를 통해 중국이 항구 교통량을 제한하거나 선적 중인 군사 장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알렸다. 당시엔 ZPMC 크레인이 특정 사례에 연루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미군기지에서 이용하는 버지니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메릴랜드 항구들이 새로운 ZPMC 크레인을 구매하면서 연방수사국(FBI) 등이 내부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통과한 8500억 달러(약 1104조 원) 규모의 국방수권법안에도 이런 경계심에 따른 대응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이 책정한 예산에 맞춰 교통부는 국방부와 협의해 올해 말까지 항구 내 외국산 크레인이 사이버보안과 국가안보에 미치는 위협을 비공개 연구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의 움직임에 중국 측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크레인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중국과의 무역과 경제협력을 방해하려는 피해망상적 시도”라며 “중국 위협론을 퍼뜨리는 것은 무책임하고 미국의 국익도 해칠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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