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비싼 값에 화석연료 매입
한편 탈탄소 이유로 투자는 축소
신흥국 인플레·경기악화로 이어져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신흥국 국민 1억7500만 명이 새롭게 전기·가스 요금을 낼 수 없는 ‘에너지 빈곤’에 빠지게 됐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에너지 가격 급등은 세계 각국에 인플레이션을 불렀고, 선진국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경기 악화 우려가 커졌고, 신흥국 빈곤층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고야마 켄 일본 에너지 경제연구소 전무이사는 “이번 에너지 위기에서 소득이 낮은 국가 사람들일수록 가격 급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더 크게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신흥국 빈곤층은 에너지 소비량은 부유층에 비해 적지만, 지출에서 전기·가스 요금 비중이 크다.
문제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탈(脫) 탄소 전환과 기존 화석연료 두 가지 갈림길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로 인해 화석연료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은 석유·가스 감축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영국 BP는 2030년 석유·가스 생산량을 애초 목표였던 2019년 대비 40% 감축에서 25% 감축으로 재조정했다.
문제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기조가 이어졌을 때다. 석유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중·장기적 불확실성 때문에 에너지 기업들은 유전이나 가스전 등에 자금을 투입하기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 가격은 급등하고, 이는 물가 상승과 경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선진국들이 에너지 부문에서는 탈러시아를 부르짖으면서 전 세계에서 비싼 값에 석유와 가스를 사들이면서도 탈탄소를 이유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줄여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면 신흥국 불만이 한층 고조될 수밖에 없다.
닛케이는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이어진다면 현재 개발 규모로는 공급 부족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높은 에너지 가격이 계속되면서 개도국 빈곤층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래 에너지 방향성이 명확해지지 않는 한 선진국과 신흥국의 괴리는 계속될 것이며,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