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구리 가격 일제히 하락
리튬은 공급과잉 관측에 무게 실려
BOA “올해 리튬 공급 38% 증가 전망”
이란 “세계 2위 규모 리튬 매장지 발견”
글로벌 원자재시장의 열기가 식으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구리와 철광석 등 원자재 공급이 늘어나고 있지만,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시장의 기대를 밑돌면서 수요 불확실성이 커졌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다롄시장에서 이날 철광석 선물 가격은 톤당 897위안(약 16만7800원)으로 2% 넘게 하락했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장중 1.3%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낙폭을 다소 회복해 톤당 8930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주석과 아연, 구리 등을 포함한 산업용 금속가격이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가 기대감에 최근 몇 달간 강세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이날 원자재 가격 하락 요인으로는 중국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꼽힌다. 중국 정부는 전날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충격에 아예 발표가 생략된 2020년을 제외하면 중국 정부가 성장률 목표를 처음 발표한 1994년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원자재 중개업체 마렉스의 알 마루노 선임 원자재 전략가는 “모든 시장참여자가 중국이 제시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에 실망했다”면서 “모두가 매우 불확실한 환경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의 올해 재정지출 증가율 전망치 역시 5.5%로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낮은 것은 물론 GDP 대비 비중도 11년 만의 최저치라는 점에서 중국 성장 선망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컨설팅기업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의 웨이허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에 제시된 재정지출 규모는 중국이 대규모 신규 부양책을 제공하는 대신 현상유지를 선택했다는 의미”라면서 “이 같은 재정적 제한은 인프라 투자 성장에 상한선을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11.5% 증가했던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올해는 5%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추산했다.
다린 프레드리히 시토니아컨설팅 상품 애널리스트는 “상당수 사람은 지금까지의 중국 경제 회복 스토리에 실망했다”면서 “상황이 확실히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새로운 성장 목표는 중국이 우리가 기대했던 수준 만큼의 호황을 다시 누리지 못할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배터리 핵심 원자재인 리튬을 놓고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이란 전망이 나와 원자재 시장 전반에 부담을 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마티 차오 아시아·태평양 원자재 책임자는 “올해 리튬 광산에서의 공급이 3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에 리튬이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도 2022~2025년 리튬 공급이 연평균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란은 세계 2위 규모에 해당하는 새 리튬 매장지를 발견했다고 발표해 공급과잉 우려를 고조시켰다. 이란 산업광물통상부는 “서부 산악지역 하메단에서 처음으로 리튬 매장지가 발견됐다”며 매장량을 850만 톤으로 추정했다. 추정이 맞는다면 이란은 칠레에 이은 세계 2위 리튬 매장지가 된다. 반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95%에서 올해는 22%로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