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LG, 로보스타 인수…두산로보틱스 증시 출사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로봇 관련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며 기술 확보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로봇산업의 주요 수요자였던 대기업들은 이제 로봇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하고,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과 연계해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코스닥 상장 로봇 부품기업 A사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규모와 방식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업은 로봇 부품용 감속기 분야 시장 선두기업으로 꼽힌다. 감속기는 로봇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20~40% 수준으로 가장 높다. 전기모터 동력 사용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부품이다. 국내 고정밀 감속기 대부분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기술 확보 차원에서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확정된 사안이라면 공시를 하거나 공고를 했겠지만, 지금은 그 상태는 아니다. NDA(비밀유지계약) 사항이라서 구체적으로 내용이 오픈되지는 않았다”며 “나중에 기회가 돼 충분히 언급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시장과 소통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현대차는 꾸준히 로봇사업에 투자를 단행해 왔다. 2018년 차량 전동화·스마트카·로봇&AI·미래 에너지·스타트업 육성을 5대 신산업으로 지목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2021년에는 로봇 공학계 정점에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재 2490억 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했고, 현대차(30%),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도 지분 인수에 함께 참여했다. 현대차는 로보틱스랩과 보스턴 다이내믹스 그리고 BD-AI 연구소 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미래 신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로봇 관련 기업에 지분을 처음 투자하며, 로봇사업에 발을 들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로봇 개발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0.3%를 확보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삼성전자의 지분 투자에 올해 들어서만 163% 올랐다. 삼성전자의 로봇사업 강화는 지난 2021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향후 3년간 240조 원을 신규투자하겠다고 밝힌 뒤 본격화됐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3’에서 “올해 안에 ‘EX1’이라는 이름의 보조 기구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라면서 “로봇을 신사업으로 점찍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2017년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SG로보틱스를 시작으로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티즈, 미국 로봇 개발업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에 지분을 투자했다. 2018년에는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를 인수했다. 두산그룹의 핵심 신사업인 로봇사업을 담당하는 두산로보틱스는 연내 증시 데뷔를 목표로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1위, 글로벌 5위의 협동 로봇 제조사다. 사업 시작 4~5년 만에 두산로보틱스의 연간 로봇 판매 대수는 1400여 대까지 성장했다. 이밖에도 네이버, KT, SK텔레콤 등이 로봇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은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대량생산을 통한 로봇 가격 하락 △제품ㆍ상품화 △영업ㆍ마케팅 역량을 활용한 시장 창출 △자본력에 기반한 기술 투자 등 로봇 시장 성숙과 보급 확대에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