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30억5000만 달러 줄어든 158억 달러 그쳐…반도체 반토막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1년 이상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3월에도 적자행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수출액이 늘었지만 수입액이 더 늘어 생긴 무역적자도 아닌, 수출은 줄어드는 데 수입만 늘어 발생한 불황형 적자인 점이 뼈 아프다. 이제 겨우 3월 초순인데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2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지난해 전체 무역적자의 절반에 달했다. 한국 수출의 기둥인 반도체 성적이 반토막 나며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관세청이 13일 발표한 '3월 1~10일 수출입 현황'을 보면 이 기간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57억9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30억5000만 달러) 줄었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가운데 이달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기간 조업일수(7.5일)가 지난해 같은 기간(6.5일)보다 하루 더 많았음에도 전체 수출이 감소한 점은 우려스럽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대비 27.4%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품목별로 보면 전체 반도체 수출액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2% 감소했다. 한국 수출의 선봉장인 반도체는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석유제품(-21.6%), 무선통신기기(-31.9%), 정밀기기(-23.9%) 등의 수출액도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승용차(133.7%) 등은 늘었다.
국가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35.3% 감소했다. 대중(對中) 수출의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6.2%), 베트남(-16.4%), 일본(-7.3%) 등도 줄었다.
미국(5.6%), 인도(5.5%) 등으로의 수출은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207억8600만 달러로 2.7% 증가했다. 반도체(1.5%), 기계류(11.8%), 석탄(31.9%) 등은 증가했으나 원유(-3.1%), 가스(-1.9%) 등은 소폭 줄었다.
3대 에너지원인 원유(25억1400만 달러), 가스(17억3300만 달러), 석탄(7억9500만 달러)의 합계 수입액은 50억4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9억6300만 달러)보다 1.6% 증가한 액수다.
국가별로는 중국(10.1%), 미국(4.3%), 대만(27.6%) 등으로부터 수입이 늘었고, EU(-8.8%), 일본(-5.4%), 호주(-9.7%) 러시아(-25.8%) 등에서는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49억95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49억3300만 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무역적자가 12개월 이상 지속된 것은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연속 적자를 낸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특히 무역적자가 쌓이는 속도가 가파른 점도 염려를 키운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적자는 227억7500만 달러에 달했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478억 달러와 견줘 70일 만에 절반 가까운 액수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정부는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확정한 '범정부 수출 확대 전략'을 신속히 이행하는 등 수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