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 1년째 무역적자에 경상수지는 역대 최대 마이너스…韓 국제수지 '삐걱'

입력 2023-03-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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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3월은 더 위태…반도체 수출 반토막
1월 경상수지 198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인 45억2000만 달러 적자
당장 경상수지 흑자 전환 기대도 쉽지 않아…"예상 경로지만 등락 거듭 전망"

민간 기업이라면 구조조정이나 업종 변경, 극단적으로 생각한다면 폐업까지 고민할 상황이다. 도대체 '수지'가 맞지 않는다. 물건을 만들어 내다 팔아서 번 돈 보다 장사에 필요한 원자재를 사 오는 돈이 더 들었다. 그나마 다른 장사꾼과 손님을 이어주는 중계 수수료와 물건을 새로 만들어 파는 가공품에서 취하는 이득으로 근근이 버텼으나 이제 그마저도 손실을 보고 있다. 그것도 장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다. 현재 한국의 국제수지 상황이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당시 정부는 "무역수지가 적자 중이지만 경상수지는 상당 폭의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라며 위기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대외건전성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재화 수출입뿐 아니라 서비스 교역, 해외투자 소득 등 대외부문과의 경제적 거래를 포괄하는 경상수지가 보다 유용한 지표로 경상수지는 6월까지 흑자 기조를 유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불과 반년가량 지났을 뿐이다.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무역적자가 계속 쌓이면서 경상수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무역적자는 정부의 8월 발언 이후 반전의 드라마를 쓰지 못하고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1년 넘게 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3월 1~10일 수출입실적 (자료제공=관세청)

◇수출,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3월은 더 위태…반도체 수출 반토막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01억 달러(66조3825억 원)로 지난해 같은 달인 541억6000만 달러와 비교해 7.5% 줄었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 속 반도체가 크게 부진하며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달 수입은 554억 달러(73조4000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보다 3.6% 증가한 액수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153억 달러)이 작년보다 19.7%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이는 당연히 무역적자로 이어졌다.

2월 무역수지는 53억 달러(7조225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작년 3월부터 12개월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역적자가 12개월 이상 지속된 것은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연속 적자를 낸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3월 들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적자 행진을 끊기는커녕 흑자를 위한 수출이 쪼그라들었다.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57억9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30억5000만 달러) 줄었다.

특히 이 기간 조업일수(7.5일)가 지난해 같은 기간(6.5일)보다 하루 더 많았음에도 전체 수출이 감소한 점은 우려스럽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대비 27.4%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품목별로 보면 전체 반도체 수출액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2% 감소했다. 한국 수출의 선봉장인 반도체는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207억8600만 달러로 2.7%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49억95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49억3300만 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13개월 연속 적자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특히 무역적자가 쌓이는 속도가 가파른 점도 염려를 키운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적자는 227억7500만 달러에 달했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478억 달러와 견줘 70일 만에 절반 가까운 액수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월별 경상수지 (자료제공=한국은행)

◇ 1월 경상수지 통계 작성 이래 최대인 45억2000만 달러 적자

무역수지 상황이 이래지자 그나마 정부가 믿는 경상수지라는 도끼마저 발등을 찍었다.

경상수지는 외국과의 상품, 서비스의 거래와 외국에 투자한 대가로 벌어들이는 배당금, 이자 등의 소득 거래 등을 합산한 통계를 말한다.

그간 경상수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등락을 거듭하며 근근이 버티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폭탄으로 변해 한국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억4000만 달러 흑자에서 67억6000만 달러 감소했고, 전월 26억8000만 달러 흑자에서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45억2000만 달러의 적자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0년 1월 이래 사상 최대 수준이다.

수출 부진으로 상품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며 본격적인 해외여행 재개로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가 74억6000만 달러 적자였다. 4개월 연속 적자일 뿐 아니라 1년 전(15억4000만 달러 흑자)과 비교해 수지가 90억 달러나 급감했다. 상품수지 적자 규모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컸다.

서비스수지 역시 32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8억3000만 달러)과 비교해 적자 폭이 24억4000만 달러 커졌다.

해외여행이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도 1년 사이 5억5000만 달러에서 14억9000만 달러로 불었다.

다만 본원소득수지는 63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 18억7000만 달러보다 45억1000만 달러 늘었다. 이는 배당소득수지 흑자(56억6000만 달러)가 1년 새 45억5000만달러나 늘었기 때문으로 한은은 국내기업의 해외법인이 본사로 거액의 배당금을 송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경상수지 역대 최대 적자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7번 정도 연간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났는데, 그때 명목 국민총소득(GNI)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이 -1.9%였다"며 "그것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수준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8월에 무역수지보다 경상수지가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을 판단하는 데 유용한 지표라며 경상수지 흑자 시절을 설명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문제는 흑자 전환을 기대해야 하건만 적자 고착화마저 우려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월별 기준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달은 8월(-29억1000만 달러)과 11월(-2억2000만 달러) 뿐이었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대규모 적자로 시작했다. 당장 2월 수출도 부진을 면치 못했기에 상품수지 관련 반전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또 서비스수지 적자 고착화를 고려하면 2월 경상수지 역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한은이 지난달 예상한 수정 경제전망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라면서도 "다만 경상수지는 당분간 대외여건에 따라 월별로 흑자와 적자를 오가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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