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진 최근 2년간 매도 주식 규모 1100억원
지역은행 임원 100여명, 주식 매입 나서
은행주 반등하면서 벌써 수익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렉 베커 SVB 최고경영자(CEO)는 은행이 보유국채 가치 하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보기 며칠 전 약 360만 달러(약 47억 원) 규모의 주식을 처분했다. 그가 해당 매도분을 포함해 최근 2년간 팔아치운 주식 규모는 총 2950만 달러에 달했다.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한 경영진들도 2021년 이후 주식을 꾸준히 매도했다. 이들이 2년간 팔아치운 주식 규모는 8400만 달러였다.
SVB 파산 사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이 불씨를 댕긴 측면이 있지만, 경영 부실이 몰고 온 참사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SVB는 저금리를 이용해 몸집을 불려오다 연준 긴축에 역풍을 맞았다. 이자율이 낮던 시기 수익률을 높이려고 장기 국채에만 투자한 게 화근이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장기채가 헐값이 됐고, SVB 보유 자산 가치도 폭락했다. 경영진의 실책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끝내 파산한 상황에서 정작 책임자들은 보유 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챙긴 것이다. SVB 사태 여파로 2거래일간 증발한 전 세계 금융주 시가총액만 4650억 달러에 달한다.
SVB CEO를 비롯한 임원들의 잇속 챙기기 행태가 드러나면서 도덕 불감증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로 칸나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베커가 거둔 수익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베커의 동기가 무엇이든, 360만 달러는 예금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역은행 경영진들은 또 다른 재테크 면모를 뽐냈다. SVB 파산 후 지역은행들의 도미노 파산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전날 종가 기준 KBW지역은행 지수는 한 달 만에 20% 내렸다. 미국의 헤지펀드계 거물이자 억만장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폭락한 은행주에 대해 ‘폭탄 세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서 주요 지역은행 임원 100여 명이 최근 며칠 새 최소 1390만 달러를 들여 자사 주식을 헐값에 사들였다. 컬런프러스트뱅크의 필립 그린 CEO는 9500주를 100만 달러에 매입했다. 주당 106.60달러에 사들였는데 이날 은행주가 일제히 반등하면서 벌써 수익을 맛봤다. 컬런프러스트뱅크 주가는 그린 CEO 매입가보다 4.6% 오른 111.52달러에 마감했다.
이스트웨스트뱅코프(EWBC) CFO, 팩웨스트 CEO, 메트로폴리탄뱅크홀딩 CEO도 각각 50만 달러어치 자사 주식을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