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10명 중 6명은 1년 전과 비교해 부채액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감소한 반면 지출은 늘어나면서 지난해 월평균 영업이익이 100만 원을 밑돌거나 적자인 소상공인이 절반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경기 악화로 부채가 늘어난 데다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16일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9~14일 소상공인 14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상공인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부채가 1년 전 대비 늘어났다는 소상공인은 전체의 63.4%에 달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크게 뛴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상 보증서 담보대출의 평균 취급 금리는 2021년 말 2.40~3.09%에서 지난해 말 5.03~5.52%로 1년 사이 두 배 가량 올랐다.
경기 악화로 매출이 줄어든 것도 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소상공인들 41%가 부채 원인으로 ‘매출과 수익 동반 하락’을 꼽았다. ‘매출 하락’만 꼽은 응답자도 37%였다. 총 78%에 달하는 소상공인이 매출이 줄자 급전을 위해 금융권에 손을 더 벌린 셈이다.
지난해 월 평균 매출액을 묻는 질문에 ‘500만 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소상공인은 36.7%로 가장 많았다. ‘500만~1000만 원’이 19.9%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물가 급등과 고금리 등 비용 지출이 늘어난 탓에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를 봤다’는 소상공인이 36%를 웃돌았다. 월평균 영업이익이 100만 원이 되지 않는 소상공인이 14%에 육박했다. 소상공인 절반은 적자 혹은 월 100만 원의 수익도 못 올린 셈이다.
소공연 측은 “악화된 경영 실적이 버티고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지로 대출이 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많은 소상공인이 정책자금보다 가계대출을 통해 사업자금을 조달했다. 대출 경험이 있는 소상공인 중 정책자금 대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81.1%인 반면, 가계 대출로 자업자금을 조달했다는 응답자는 90.8%로 더 많았다. 통상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정책자금으로 자금수혈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결과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대출금리 수준이다. 소상공인 중 ‘5% 대’ 금리로 돈을 빌린 비중이 20.8%로 가장 많았지만, 7% 이상도 28.1%에 달해 상당수의 소상공인이 고금리 대출에 허덕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6% 대’는 18.6%, ‘4% 대’도 12.3%였다.
제2금융권에서는 금리가 ‘10% 미만’인 소상공인이 52.7%, ‘15% 이상’이 27.3%였다. 특히 제3금융권에서 대출금리가 ‘15%~20%’인 비중이 38.5%에 달했다. 응답자 중 3.8%가 제1금융권이 아닌 제2, 제3금융권에만 돈을 빌렸다. 소상공인들은 대출 관련 애로사항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39.8%)를 1위로 지목했다. 애초에 높은 금리로 급전을 마련한 소상공인들의 경우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출금리로 금융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현재 대출 이자에 대해 힘든 수준이라고 89.7%가 응답했다. 이 중 매우 힘든 수준이라는 응답이 55.0%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는 건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정부 금융정책 중 가장 필요한 사항으로 ‘소상공인 대상 정책자금 대출 시행’(47.8%)을 꼽았다. 업계에선 정부가 최근 저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대 3000만 원(연 2% 고정금리)을 대출해주는 직접대출을 시행했지만 역부족으로 보고 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고물가 등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에 소상공인 경영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돼 대출로 버티고 있다”며 “소상공인을 위한 직접대출 확대와 금융권의 가산금리 동결 및 인하 등 종합적인 금융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