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막바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뜨겁게 달궜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법정과 온라인 공간을 넘나드는 혈투의 중심에는 ‘K-pop’(케이팝)이 있었다.
빅테크들의 엔터테인먼트 진출은 이미 오랜 얘기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구글의 유튜브, 애플의 애플TV는 모두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플랫폼의 경쟁성을 강고하게 만드는 방안이라는 계산이다.
국내 빅테크의 쌍두마차로 평가되는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글로벌로 무대를 확장하기 위한 교두보로 엔터테인먼트를 선택했다. 두 회사의 콘텐츠 부문 실적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네이버 콘텐츠 매출액은 2021년 6596억 원에서 지난해 1조2615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7%에서 15.4%로 증가했다.
카카오는 콘텐츠 부문 매출이 2020년 1조9089억 원에서 2021년 2조8959억 원, 지난해 3조3367억 원으로 연달아 앞자리를 바꿔대는 경험을 했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웹툰, 웹소설, 음악, 영상, 공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콘텐츠 IP 비즈니스 역량을 키워왔다.
카카오는 케이팝 대표 주자 중 하나로 평가되는 SM을 손에 넣으면서 전 세계 음악 시장을 공략할 강력한 무기를 얻은 셈이다. 글로벌 음악 시장은 2021년 기준 453억 달러(약 59조41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전 세계 실물 음반은 50억 달러(약 6조5575억 원)로 지속 성장 중이다.
삼정KPMG에 따르면 국내 실물 음반 수출액은 케이팝의 인기 등에 힘입어 2020년 1억3620만 달러(약 1787억 원)에서 2021년 2억2085만 달러(약 2898억 원)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억3311만 달러(약 3058억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발판 삼아 종합 밸류체인으로서의 역량을 결집해 영상, 웹툰 등 분야로 저변을 확대하는 전략을 짜는 것도 가능하다. 콘텐츠 산업은 단일 분야에서만 경쟁하는 차원을 벗어나 빅테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IT 기술과의 결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카카오의 SM 인수를 기점으로 플랫폼과 콘텐츠 기업 사이의 투자, 인수합병도 가속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아름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SM이 규모가 큰 회사로 인수합병되는 사례를 남기면서 거대 플랫폼, IT 기업, 대기업들이 카카오처럼 엔터테인먼트 IP를 확보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