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리퍼블릭, SVB 파산 후 지금까지 700억 달러 유출
JP모건 등 대형은행 300억 달러 예금 지원에도 무소용
다이먼 JP모건 CEO, 추가 구제책 논의 중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이 UBS의 CS 인수 합의로 급한 불을 끈 지 하루도 안 돼 미국에서 다시 은행 위기가 불거졌다. 주인공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다.
전날 S&P는 퍼스트리퍼블릭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무려 3단계 하향했다. 지난주 처음으로 정크(투기) 등급까지 낮춘 데 이어 일주일 새 두 번째 강등이다. S&P는 보고서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은 의미 있는 예금 유치가 어려워 은행 영업력에 제약이 있다”며 “예금 안정화와 가치 회복에 진전을 보여줄 수 없다면 등급을 더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SVB 파산 후 지금까지 퍼스트리퍼블릭에서 유출된 예금만 700억 달러(약 92조 원)에 달한다. 지난주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등 대형은행 11곳이 총 300억 달러를 예치하기로 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전 세계 은행 위기 공포가 너무 커진 탓에 시장을 온전히 달래는 데는 실패했다. NYT는 “300억 달러는 투자자들을 진정시키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평했다. S&P 역시 “지난주 유입된 예금은 사업과 유동성, 자금조달, 수익성 문제를 극복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계속 악화하자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발 벗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현재 퍼스트리퍼블릭을 구제하기 위한 새로운 계획을 놓고 다른 대형은행 CEO들과 논의 중이다. 계획에는 300억 달러 예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자본으로 전환하는 것과 은행 매각, 외국 자본 투입 등이 거론된다.
JP모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베어스턴스를 인수하고 워싱턴뮤추얼의 경영권을 인수한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퍼스트리퍼블릭을 벼랑 끝에서 구할 수 있을지 시장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