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홍콩 증시가 3월 초를 정점으로 내림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강력한 경기 부양책 발표로 증시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됐던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인민정치협상회의)가 기대 이하의 결과로 실망감을 안겼고, 미-중 갈등 심화, 금융 위기 우려 등 경제 불안이 조정장을 형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기준 상해 종합지수는 3234.91로 이달 초 대비 2.34% 떨어졌다. 선전 종합지수는 1만1247.14로 5.60% 내렸고, CSI300은 3939.08로 4.55%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1만9000.71로 1일 대비 7.85% 떨어졌다. 홍콩H지수는 이달 초 대비 6.43% 하락해 6469.65를 기록했다.
중화권 증시가 연이은 감소세를 보이며 한국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이전만 못 하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중국·홍콩 주식 매수금액은 1억4627만 달러(약 1916억2832만 원)로 1, 2월(각 4억1010만 달러, 3억3658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중국·홍콩 주식 매수액은 6억5057만 달러(약 8520억5153만 원)였다.
개별 종목 역시 연초 상승분을 반납하는 모양새다. 연초부터 이달까지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중국 주식인 귀주 마오타이는 1월 중순 최고 주당 1912.9 위안(약 36만4650원)까지 기록했지만 20일 1729.6 위안(약 32만9440원)으로 9.6% 하락했다. 홍콩 증시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은 순매수세를 보인 알리바바 그룹 역시 1월 주당 117.5(약 1만9630원) 홍콩달러를 기록했으나 20일 79.2 홍콩달러(약 1만3231원)로 32.6% 내렸다.
중화권 증시는 지난해 연말 리오프닝 기대감, 1월에는 춘절 연휴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장을 나타냈다. 2월에는 정찰 풍선 격추 사건 등으로 미-중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잠시 보합·내림세를 보였다.
3월 초에는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를 앞두고 정부 주도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3일 상해 종합지수는 3328.39로 근 6개월 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2월 내내 감소세를 보이다 3월 초 2만619.71로 반등했다.
그러나 양회는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다. 시장은 올해 성장률 목표로 최소 5.6% 이상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 중국 정부는 5%를 제시하는 데 그쳤다. 예상에 부합하지 못한 중국 경기 부양 의지에 증시는 조정장을 겪었다.
이에 3월 중순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지며 중화권 증시 조정장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증시 상황은 조정을 겪고 있으나 경기 회복세가 완연해졌으므로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한편, 당초 기대와는 다르게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 중이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1~2월 실물지표가 모두 회복세를 보이면서 위드코로나로 중국 경기 정상화 흐름이 확인됐다. 다만 외식업 등 서비스 수요 회복은 강했지만, 자동차 등 가격대가 높은 품목은 부진했다”며 “정부 주도 경기 부양이 여의치 않으리라고 전망되던 가운데 올해 중국 경기 회복 핵심인 가계수요에 보복 소비 등 기대감이 과도했다. 결국, 소비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고용환경이 안정되고 소득 회복이 확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