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발해가 멸망한 이유를 아세요?

입력 2023-03-2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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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성국이라 불리며 융성했던 발해는 건국 220여 년 만에 갑작스럽게 멸망했다.

급작스러운 멸망에 ‘백두산 화산 분화 등 자연재해로 국운이 급격히 기울었다’는 추론이 오랜 기간 정설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대내외적으로 ‘발해가 멸망하듯’ 벌어진 사건들이 많았다. 멀게는 레고랜드 사태에서부터 가깝게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까지. 이에 자본시장이 이리저리 흔들렸으나 시장 반응은 대개 ‘우발적인 리스크를 어떻게 예상했겠느냐’였다.

하지만 그 징후는 엄연히 존재했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일각의 반응은 결과론이 아니다. 레고랜드는 전 세계적 긴축 기조와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 불황이 겹치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축적된 결과고, SVB 역시 금리 인상기 장단기 미스매치 투자 리스크가 만연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CS 역시 계속된 실적 부진이 원인이었다. 결국, 회색 코뿔소가 오랜 기간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지만, 시장은 이를 간과하다(혹은 애써 무시하다) ‘갑작스레’ 받힌 셈이다.

결과론처럼 비칠 수 있겠지만, 모든 사건에는 징후가 있다. 갑작스러운 노조파업은 없고, 갑작스러운 원자재 가격 인상도 없다. 하물며 자연재해에도 과학적이든 비과학적이든 전조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경제 리스크나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징후를 미리 드러내거나,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 이를 상기해내는 것이 경제 주체들에게 필요한 능력이라 믿는다.

발해에도 망국의 징후는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지배층의 내분, 민족 간 대립이 존재했고, 대외적으로는 요나라와의 갈등이 있었다. 최근에는 발해의 내분에 더불어 요의 수도 급습 전략이 멸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참고로 백두산 화산은 발해 멸망 이후에 분화한 것으로 밝혀져 학계에서는 이미 폐기된 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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