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과 세제 완화로 다주택자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당장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하루 사이에 300개가량 자취를 감추는 등 매물 감소 현상이 포착됐다.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대폭 줄면서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 가운데 추가 매수를 고민 중이던 투자자나, 갈아타기 수요자의 매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23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은 전날 대비 0.5% 줄었다. 이날 서울 전체 매물은 총 5만9668건으로, 전날(5만9943건)보다 275건 줄었다.
공시가 발표 이후 하루 기준으로 추세를 판단하긴 어렵지만, 매물 증가세 가운데 하락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한 달 동안 서울 아파트 매물은 우상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매물건수는 5만7444건으로 한 달 새 2224건(3.8%)이 늘었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과 경기지역에서도 아파트 매물 감소가 확인됐다. 이날 기준 인천 아파트 매물은 2만7482건으로 전날(2만7801건)보다 1.2%(319건) 줄었고, 경기도 역시 같은 기간 11만7642건에서 11만6255건으로 1.2%(1387건) 감소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광주와 대구가 전날 대비 2.1% 줄어 전국 기준 감소율 1위를 기록했다. 매물이 늘어난 지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런 매물 감소세는 우선 다주택자가 급매물을 거둬들인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또 매물을 거둬들이지 않더라도 내놓은 매물의 호가를 올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강동구 G공인 관계자는 “아직 많지는 않지만, 다주택자 가운데 급매로 내놓은 물건 가격을 올려달라는 분이 있었다”며 “아무래도 세금 부담이 줄어드니 급하지 않은 물건은 매수 문의가 들어와도 집주인들이 지금 호가에서 더 깎거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보유세 부담이 2020년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에 다주택자는 한숨 돌릴 시간을 벌었다. 급할 게 없다”고 진단했다.
이미 부동산 시장에선 다주택자 확대 움직임도 포착됐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완화와 공시가격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고 지난해 말부터 세율 완화안을 시행하자 다주택자 비율이 매월 늘고 있다.
이날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집합건물 다(多)소유 지수’는 16.32(%)로 1월의 16.29보다 늘었다. 이 지수는 전체 집합건물 소유자 가운데 2채 이상 보유한 사람의 비율이다. 이 지수가 16.3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21년 4월(16.35)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이는 보유세 부담 감소세와 맥을 같이 한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을 전국 기준으로는 18.61%, 서울은 17.3% 내린다. 이번 공시가격 인하로 서울 핵심지에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따르면 강남구 ‘은마’ 전용면적 84㎡형과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형 총 두 가구를 보유한 2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지난해 대비 약 72% 줄어든 1526만 원 수준에 그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정 부문 거래량 반등과 수요 증가 효과는 나타나겠지만, 부동산 시장 전체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격 하락 등 보유세 경감에 따른 주택 거래량의 회복이나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무엇보다 집값 호황기보다 금리 인상 등 주택 매입하기 위한 환경이 악화했고, 급매물이 줄어들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시장을 관망하려는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시가격 인하는 집값 회복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세 부담 완화로 실수요자 주택 보유 관련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 등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