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경영진에도 “복귀 안 한다” 통보
중국 친기업 이미지 재건에 타격 될 수도
중국 민간 기술기업의 간판이었던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설립자가 중국 당국의 귀국 설득에도 해외 체류를 이어가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사실상 ‘기업 친화적인 이미지’를 재구축하려는 중국 당국의 시도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마윈이 귀국할 것을 설득했다. 그의 귀국 자체가 중국 재계에 대한 정부 지원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일종의 시그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윈은 농업 기술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알리바바를 떠났다며 해외 체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윈은 알리바바와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 경영진에게도 자신의 복귀를 기다리지 말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마윈의 부재가 단순 창업자의 은퇴가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마윈은 2020년 10월 공개석상에서 “중국 금융당국이 ‘전당포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며 정면 비판한 이후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지난해부터 네덜란드, 스페인, 일본, 태국 등 해외에서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그가 당국을 비판하고 나서 상장을 코앞에 뒀던 알리바바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은 증시 데뷔 이틀 전 기업공개(IPO)가 돌연 취소됐다. 한때 세계 최대 IPO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앤트그룹은 여전히 상장되지 못한 채로 남아있다.
이후 알리바바는 물론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과 배달 앱 메이퇀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 부동산과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각종 조사와 규제 철퇴를 맞게 됐다.
이 여파에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영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에 대한 회의가 더욱 짙어지게 됐다. 국영기업이 아니고서야 언제든 조사와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에 성공하고, 올해 경제 회복에 방점을 찍으면서 정부는 ‘기업 친화적’ 이미지 재건을 시도하고 있다. 신임 총리인 리창은 최근 “지난해 개인 기업가들 사이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킨 잘못된 담론이 있었다”면서 “민간 부문에 흔들림 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윈의 부재는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중국 투자은행(IB) 업계의 유명인사인 바오판 차이나르네상스홀딩스 회장이 지난달 연락 두절됐다가 돌연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점도 여전히 해외투자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초에는 국유기업이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황금주 확보에 나서면서 정부가 민간 기업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황금주는 지분 비율과 상관없이 기업의 주요 경영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수관리주’를 말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마윈의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 기업인들에 대한 규제를 놓고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중견 기업 창업자는 “우리 사업이 커질수록 우리는 더 위험해진다”면서 “마윈이 회사의 정신적 지주로 남아 세계 여행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