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TC, 고소장에 비트코인·이더리움 ‘상품’으로 명시
바이낸스가 인수한 국내 거래소 고팍스도 향방 변수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바이낸스 제소에 가상자산 업계가 격랑에 빠졌다. 바이낸스는 CFTC와 2년간 협력했고 법규를 준수해왔다고 즉각 반박했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출렁였고 규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27일(현지시간) CFTC는 바이낸스와 창펑자오 CEO를 미국 일리노이주 지방 법원에 ‘연방법 위반 및 불법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 거래소 운영 혐의’로 제소했다. 전 최고 규정 준수 책임자인 사무엘 림도 함께 제소됐다. 총 74페이지에 달하는 고소장은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의 중앙화 거래소로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지만, 법망을 피해갔다고 조목조목 꼬집었다.
고소장은 “바이낸스의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창펑 자오 CEO에 의해 통제된다”면서 “미국 내에서 법망을 피해 비트코인·이더리움·라이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을 포함한 선물, 옵션, 스왑, 레버리지 소매 상품 거래를 위한 시설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CFTC는 “바이낸스가 미국 고객을 차단 혹은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2017년 플랫폼을 런칭할 때부터, 미국 소비자에게 계산되고 단계적인 접근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바이낸스가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초기 단계부터 전략적으로 소매 고객을 유치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이후 미국에 있는 기관 고객을 포함해 수익성이 높고 상업적으로 중요한 ‘VIP’ 고객을 적극적으로 육성했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바이낸스는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2020년 8월 바이낸스 내부 문서에 따르면 파생상품 거래로 6300만 달러(약 816억 3540만 원)의 수수료를 벌었다. 이 중 16%가 미국 고객으로 확인된 계정으로부터 거둔 수익이다. 2021년 5월까지 파생상품 거래로 벌어들인 바이낸스의 월 수익은 11억 4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한화로 약 1조 4786억 원에 달한다.
바이낸스는 또 미국 고객들에게 VPN을 사용하도록 부추기고, VIP 고객들에게 페이퍼 컴퍼니로 계정을 개설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CFTC는 이를 토대로 바이낸스가 미국 상품거래법(CEA)과 관련 핵심 법 조항을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CFTC가 고소장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을 ‘상품’(Commodity)이라고 명시했다는 점이다.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중요한 초석이 될 리플 소송의 결론이 임박한 가운데, 이러한 시각차는 업계의 또 다른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코인텔레그라프 등 외신은 “비트코인은 증권성을 띤 상품이 아니라고 본 SEC(증권거래위원회)와 명백한 시각차를 드러낸다”며 “CFTC와 증권거래위원회 사이의 주목할만한 논쟁점을 건드렸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제소로 바이낸스가 인수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의 향방에도 변수가 생겼다. 현재 고팍스는 대표이사 변경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서를 금융분석원(FIU)에 제출한 상태다. 현재 FIU는 변경신고 수리 여부를 두고 고심하며, 고팍스와 실명 계좌를 계약을 맺은 전북은행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바이낸스와 창펑 자오 CEO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27일 제소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자오 CEO는 트위터에 FUD(근거없는 소문·Fear Uncertainty and Doubt)를 뜻하는 숫자 ‘4’를 게시했다. 28일에는 바이낸스 홈페이지에 ‘CFTC의 제소에 대한 CZ의 답변’이라는 제목의 반박문을 올렸다.
자오 CEO는 반박문을 통해 “CFTC와 2년 넘게 협력했음에도 불구하고 CFTC는 예상치 못한 실망스러운 제소를 했다”면서 “미국 및 전 세계적으로 규제 기관 및 법 집행 기관과의 투명성 및 협력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낸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익을 위해 거래하거나 시장을 ‘조작’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유동성이 적은 페어(코인)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계열사가 있다. 이러한 계열사는 큰 이익을 내지 않도록 특별히 모니터링된다”고 주장했다.
또 “바이낸스에는 직원에게 90일 무거래 원칙이 있다. 가장 최근 구매 후 90일 이내에 코인을 판매할 수 없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창펑 자오 본인 역시 이러한 정책을 엄격하게 준수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