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개 넘는 채권 디폴트 처리
헝다 등 주요 기업, 기존-신규 채권 교환 제안
상환까지 앞으로 몇 년 더 걸릴 듯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부동산 역외 채권에 대한 연체액은 465억 달러에 달한다. 사상 최대 규모로,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지난해만 140개 넘는 채권에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찰스 창 중화권 선임 이사는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에서 이렇게나 많은 디폴트가 발생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과거 사례를 찾기 어려워 선례로 남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기업들이 돈을 갚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몇 년에 걸쳐 모든 노력을 쏟았지만, 대부분 좌절했다. 일부는 규제 당국의 개입과 회사 청산을 요구했지만, 자칫 헐값에 급매를 촉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마저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부동산 위기를 촉발한 헝다가 지난주 발표한 채무 조정 계획은 투자금 상환까지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앞서 헝다는 갚지 못한 채권을 12년 만기의 신규 채권으로 교환하는 것을 채권단에 제안했다.
헝다의 제안은 유동성 문제를 겪는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에 일종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수낙은 2~9년 만기 신규 채권을 기존 채권과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룽광그룹도 7년 만기 채권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채권 교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의 제니 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디폴트 기업 대부분은 자본 구조의 크기와 복잡성으로 인해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역외 채권은 국경을 넘나드는 특징으로 실행에 또 다른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발행했던 고수익 달러채들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점은 채권단의 관심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2023년 만기인 헝다의 연이율 7.5% 채권 가격은 현재 달러당 10센트를 밑돌고 있다. 헝다의 대대적인 재편 계획에도 투자자들의 신뢰는 되돌아오지 않고 있다. 2025년 만기인 룽광의 5.75% 채권과 2024년 만기 수낙의 5.95% 채권 역시 30센트 아래서 거래되며 부진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업의 구조조정과 막대한 부채 부담, 국경을 초월하는 법적인 복잡성은 회복의 머나먼 길을 더 늘리고 있다”며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채권단의 투쟁은 중국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부각할 뿐 아니라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몰락시킨 위기를 종식하지 못하는 당국의 무능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