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연립·다세대) 전세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모양새다. 거래는 감소하고 있고, 신축빌라 허가 건수도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전세사기에 대한 여파가 지속하면서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최근에는 공시가격이 떨어지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문턱은 높아지면서 이러한 침체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내 빌라 전세 거래 건수는 총 515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7422건 대비 31% 감소한 수치다. 이달 거래 건수는 현재 3922건으로, 아직 신고기한이 남았지만 전년 동월 7809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빌라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건축허가를 빌라 건수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내 신축빌라 건축허가 건수는 32건으로 전년 동월 129건과 비교하면 약 75% 급감했다. 허가건수는 지난해 12월 84건→올해 1월 46건→2월 32건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최근 빌라 시장이 시들해진 이유는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는 전세사기 영향이 크다. 실제로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보증사고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임대차시장사이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보증사고 건수는 299건, 사고금액은 766억745만 원으로,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각각 모두 최고치다. 첫 조사 집계치인 지난해 8월(178건, 442억150만 원)과 비교하면 사고 건수는 68%, 사고금액은 73% 각각 늘었다.
더욱이 올해 공시가격이 크게 떨어진 반면 전세사기 대책의 하나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기준은 강화되면서 전세거래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셋값을 크게 낮추게 되면 새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이른바 역전세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정부가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수도권 빌라는 전년 대비 약 6.0% 하락했다. 전체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률(18.61%)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정부가 전세사기 예방 대책의 하나로 5월부터 반환보증 가입 기준을 기존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강화했다. 또 주택가격을 산정하는 기준도 기존 공시가격 150%에서 140%로 낮췄다. 이에 따라 반환보증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전셋값이 공시가격의 126%(140%의 90%) 안으로 책정돼야 한다. 새 임차인을 들이기 위해선 낮아진 전셋값 때문에 기존 임차인에게 전셋값 차액을 더 줘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기존 계약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새 계약을 체결할 경우 임대인은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해주기 위해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기존 세입자가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임대인들에게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에 책임을 지고 해결할 수 있도록 임차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정한 대출에 한해서는 DSR, RTI 등의 범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