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군불 떼는 기관장들…'전면 도입' 충격 완화 시동거나

입력 2023-03-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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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손병두 거래소 이사장, 외신 인터뷰서 연달아 공매도 발언
금융당국 "원론적인 수준" 선 긋지만…도입 시그널 완전 배제할 수 없어
MSCI, “지난해 공매도 허용시기 미정” 시장접근성 부정 평가
증권가 MSCI 편입 ‘올해 가능’ vs ‘어렵다. 가능해도 내년 이후’ 의견 엇갈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왼쪽)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오른쪽)의 모습. (출처=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시장 불안이 몇 달 내 해소된다면 되도록 연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공매도 규제를 완전히 해제할 필요가 있다.”(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정부 유관기관장들이 외신을 통해 연이어 ‘공매도 재개’ 군불을 떼고 있다. 공매도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하는 정부입장에서 해결해야 할 난제다. 개인 투자자들의 민감한 반응이 예상됐음에도 과거와 다른 발언을 내놓은 만큼 전면 도입을 앞두고 시장 충격을 완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29일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한국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조치들을 분명히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에선 ‘공매도 제한이 외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사는 것을 방해하고 있음을 인정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같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공매도 규제 완화는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지 2주도 채 안된 시점에 이 원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다.

정부가 MSCI 지수 편입을 위해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을 차례로 낸 데 이어 소관 기관인 금감원과 거래소 수장이 연이어 드라이브를 건 모습이다.

공매도 전면 금지를 시사했던 지난해와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등을 통해 “심리적 불안으로 금융시장의 쏠림이 심할 경우 공매도 금지 등 예외를 두지 않겠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시기에 공매도를 전면 금지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예측됐지만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을 통해 다른 시장 대비 저평가되는 문제를 푸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공매도는 금감원 내부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이슈로 통한다. 금감원 고위급 관계자는 “주주가 곧 유권자가 된 시대에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만큼 건드리기 힘든 문제”라고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김주현 위원장이 “구체적 언급이 어렵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시장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며 아직까지 공매도 금지에 신중한 태도였다.

그러나 이 원장과 손 이사장이 공매도 재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시장에 사전 시그널을 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 충격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 내에서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라며 선을 그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식 지수가 오르는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돼야 공매도를 논의할 수 있는데 지금 시장 상황에서는 어려운 측면이 크다"며 "(블룸버그 인터뷰는) 원론적인 얘기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공매도 재개가 임박해서 조만간에 발표를 앞두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키움증권)

공매도 재개 문제는 MSCI의 한국 시장 접근성 평가에서 지적 받았던 요소다. MSCI는 2021년 5월 이후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부분 허용됐으나 나머지 종목에 대한 공매도 허용 시기가 미정됐다고 평가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올해 6월로 예정된 ‘MSCI 2023년 MSCI 연례 시장분류 검토(Annual Market Classification Review)’에서 관찰대상국에 등재되는 것이 첫 관문이다.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면 내년 6월에 선진국지수 승격 여부가 가려진다.

증권가에선 ‘정부의 접근성 제고안이 나온 만큼 당장 가능성 있다’는 입장과 ‘여전히 접근성이 낮아 어렵다. 가능해도 내년 이후’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MSCI가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제기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여러 조치를 시행 중인 만큼 기대가 지난해 보다 높다”며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이벤트는 일회성이 아닌 한국 증시의 체질 개선 차원에서 장기적인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신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MSCI 시장 접근성 평가에서 외환시장 자유화 수준 등 6가지 항목이 여전히 ‘-(개선필요)’에 머무르는 만큼 관찰대상국에 오를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공매도 항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문제 없으나 개선사항 존재)’를 기록할 거란 전망이다. 다만 내년에는 ‘-‘가 2항목을 제외하고 ‘+’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 선진국 관찰대상국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008년에도 한국은 3개 항목에서 ‘-‘ 평가를 받았음에도 관찰대상국에 올랐던 바 있다.

시장은 신중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콤 ETF CHECK 따르면 23일 기준 MSCI 한국지수를 추종하는 'TIGER MSCI Korea TR ETF’는 3852억 원 자금이 유출됐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2월말 기준 연초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외인순매수/시가총액)는 0.48%로 코스피200(0.43%)을 소폭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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