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도 대행 체제…최악 경영공백
차기 KT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차기 대표 선임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KT가 구체적인 대표 선임 절차를 발표하진 않았지만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 하에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이를 통한 선임절차가 진행될 것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당분간 KT는 비상경영 체제가 불가피하다.
대표이사 선임을 위해서는 우선 첫 번째로 사외이사진 구성이 선행돼야 한다. 상법 규정상 사외이사 정족수가 3인 이상이어야 하고, KT 정관 역시 지배구조위원회 구성을 위해선 사외이사 4인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새로운 사외이사 선임을 위해서는 두 차례 임시주총을 열고 이사회 멤버를 새로 뽑아야 한다. KT 사외이사진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정원 8명이 꽉 차있었다. 하지만 1월 이강철 사외이사를 시작으로 벤자민홍, 김대유, 유희열 사외이사가 잇따라 자진사퇴하며 4명이 물러났다. 강충구 의장, 표현명, 여은정 사외이사는 지난달 31일 주총 직전 재선임 이사 후보에서 사퇴하며 임기가 만료된 상태다. 남아있는 사외이사는 오는 2025년까지 임기를 남겨놓고 있는 김용헌 사외이사 1명 뿐이다.
하지만 임기가 만료된 강충구, 표현명, 여은정 사외이사가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마무리 할 때까지 ‘대행’자격으로 이사회에 남으면서 급한 불은 끄게 됐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최소 인원수는 채울 수 있게 되면서, KT는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구성해 신규 사외이사와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 대표 대행은 차기 대표이사 선임에 약 5개월 가량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새로운 대표 선임까지 약 5개월 정도를 예상하고 있지만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비 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현재의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새로운 지배구조에서 성장 기반을 탄탄히 해 다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내외부에선 5개월 안에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완료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우선 임시 사외이사로 이사회가 구성됐지만 정식 이사는 김 이사뿐인 상황에 대행 자격은 권한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임시 경영체계가 지속될 경우 경영 불안정성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대표 대행의 조직 장악력에도 의문을 보내고 있다. 아직 임원인사도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반년가량 대행 체제로 운영하는 것 자체가 경영불안정을 더 키운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업 자체가 올스톱된 상황에서 디지코 성과를 가속화하기 위해 하루빨리 안정적인 체계를 구축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임시주총을 두 번 치른다고는 하지만 5개월은 지나치게 긴 시간”이라며 “대표이사 후보가 잇따라 낙마한 마당에 과연 어떤 인물이 부담감을 이겨내고 대표이사 자리에 나설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